대북특사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을 향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미 대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비핵화 대화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외무성 대변인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북·미 대화 관련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간에 걸친 조미(북·미) 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자에 마주 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지만 결코 대화를 구걸하거나 미국이 떠드는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이러저러한 전제조건을 내거는 것도 모자라 대화를 해도 핵포기를 위한 대화를 할 것이며 최대의 압박은 비핵화가 영구적으로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건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기어코 강행한다면 우리는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미국을 다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오는 4월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정상 시행할 예정이라는 것을 공개함으로써 조선반도에 전쟁의 검은 구름을 몰아올 흉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국제사회는 미국의 책동에 각성을 촉구하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보다 약한 ‘외무성 대변인 문답’이나 관영 매체 논평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큰 틀에서 북·미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는 다음달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북·미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며 대화 가능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