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재차 강조하면서 여야 간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위한 일정표와 함께 1·2차 단계적 개헌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용 개헌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 시행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2월 말 정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3월 중에는 발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청와대 회동과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공식석상에서 세 번째로 개헌 약속 이행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개헌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고 본다”며 “국회와 정부가 합의하지 못하고 정부가 발의하게 된다면 아마도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국회 의결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 사안 위주로 1차 개헌을 하고, 추후 2차 개헌을 하는 ‘단계적 개헌’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지난해 1월 출범한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 연말 활동 기간이 끝나면서 여야는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로 전환해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특위 가동은 늦어지고 있다. 특위는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10명, 국민의당 3명, 바른정당 1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에는 김재경 한국당 의원이 내정됐다. 하지만 이달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 틈을 타 여야 의원 상당수가 해외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경우가 많아 특위가 제대로 가동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1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세종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1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세종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지난 1년간 특위에서 논의했지만 정부 형태를 놓고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제를 유지한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에 반대하며 국회가 합의해 연말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이날도 “문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한다고 그랬는데 이것은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 299석 중 117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국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개헌특위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개헌안 얘기를 꺼낸 것은 정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