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일 고위 협의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은 새벽 배송을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로 새벽 배송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 업계는 법 개정을 환영하는 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도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국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소비자의 편익과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찬성 측과 ‘골목상권 보호와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반대 측의 의견을 자세히 들어보자.[찬성] 현대 소비패턴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공정경쟁 유도해 부작용 방지 가능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 시장의 본질적인 지각변동을 반영해야 한다. 과거 법 제정 당시에는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오프라인 vs 온라인’의 대결로 완전히 바뀌었다.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배송 금지는 현대 소비 패턴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다.소비자 주권과 후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밤늦게 주문해 아침 일찍 물건을 받는 새벽 배송은 이제 필수적인 서비스다. 대형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편익을 막는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대화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단골 메뉴이던 정치나 부동산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후끈 달아오른 국내 증시였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2400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5600 고지를 밟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1·2차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결실이라며 자화자찬하는 여당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학에는 특정 정책의 순수한 효과를 추정할 때 쓰이는 ‘이중차분법(DID)’이라는 잣대가 있다. 만약 한국 증시의 비상이 오롯이 정책의 산물이라면 우리 증시는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는 초과 수익을 올렸어야 한다.각국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는 다른 진실을 말한다. 2024년 말 0.9배이던 PBR이 코스피지수 5000을 넘어선 지난달 1.6배까지 오른 건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흥국 평균 PBR 역시 1.8배에서 2.2배로 동반 상승했다. 여러 정책을 시행한 한국과 그렇지 않은 신흥국 간 격차가 0.9배에서 0.6배로 소폭 좁혀진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이다. 선진국 평균과의 격차(2.5배→2.4배)는 별 차이도 없었다. 결국 우리만의 특별한 요인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라는 거대한 글로벌 조류에 몸을 실은 결과라는 뜻이다.증시를 견인한 엔진의 정체는 더 명확하다. AI 반도체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종목이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분의 약 60%를 차지했다. 정책이 내세운 ‘거버넌스 혁신’이 동력이었다면 지배구조 개선이나 소액주주 권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이 더 뜨겁
‘석유왕’ 록펠러의 아들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 2세는 단순한 수집가를 넘어 인류 유산의 파수꾼이었다. 유럽에서 뉴욕으로 통째 옮겨 온 중세 수도원 건물(현 클로이스터 박물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고 1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랭스 대성당 복원에 거액을 쾌척한 사례는 유명하다. 광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 재벌 솔로몬 R 구겐하임과 의사이자 사업가인 앨버트 반스도 개인 소장품을 공공의 문화 자산으로 환원한 대표적 기업인이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필라델피아 반스재단 미술관은 “국가와 사회의 문화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 진짜 부”라는 이들의 철학에서 탄생했다.2021년 ‘이건희(KH) 컬렉션’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이런 기부는 다른 나라 일로만 여겨졌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며 ‘문화보국’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선대회장의 뜻을 받들어 평생 모은 2만3000여 점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다. 감정가만 3조원을 웃도는 이 유례없는 결단은 한국 기업인의 긍지가 됐다.어제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특별전에는 6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부터 조선의 달항아리, 근현대 거장 김환기의 화폭까지 32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ld
2003년 12월 16일 일본 도쿄 후생노동성 내 노동정책심의회 회의실은 고성으로 가득 찼다. 경영계 대표인 게이단렌은 “무차별적인 정년 연장은 기업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주장했고, 노동계 대표인 렌고는 “연금 공백기에 노동자들을 굶겨 죽일 셈이냐”고 맞받았다. 팽팽한 대치 속에서 공익위원이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며 최후통첩에 나서자 결국 렌고는 ‘선별 고용안’을 수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때 상황을 다룬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의 전말>은 “이 ‘악마의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 회의장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경영계는 ‘65세 의무화’라는 짐을 졌고 노동계는 ‘선별적 고용’이라는 상처를 입었다”고 적었다.당시 위원장이던 세이케 아쓰시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는 “그 무거운 정적 속에서 나는 일본 노사 관계가 최악의 파국을 면하고 ‘평생 현역 사회’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어느 쪽도 완승하지 않았기에 사회 전체가 패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노사 대타협의 순간이었다.이 합의 덕분에 고령 노동자는 일자리를 보장받았고 기업은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자사 형편에 맞는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얻었다. 특히 계속고용 대상자는 건강 상태, 근무 역량 등 노사 협정을 통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자로 한정했다. 이때 도입된 선별 고용은 2013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돼 지난해 4월에야 비로소 65세 고용 전면 의무화가 이뤄졌다.최근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의 정년 연장 제도화 과정은 20여 년 전 일본과 너무나 딴판
국내에 업종·업권 관련 협회는 수천 개에 이르고 법적으로 특정한 권한을 가진 협회만도 수십 개에 달한다. 증권·금융업계에도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증권금융 등 10여 개 법정 단체가 있다. 대부분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관치의 영역’에 있지만 예외적인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투협 회장은 399개 회원사, 5만5000여 명의 종사자를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지난해 연봉만 7억원이 넘고 퇴임 후에도 2년간 고문을 보장받는 자리에 개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일 정도다.물론 처음부터 ‘무풍지대’였던 것은 아니다. 전신인 증권업협회 시절에는 유력 장관의 측근이나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2001~2004년 증권협회장을 지낸 오호수 회장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였다. 하지만 출범 50년 만인 2005년 경선 방식이 도입되고 2009년 증권·자산운용·선물 등 3개 협회가 통합해 지금의 금투협이 출범하면서 ‘관치 관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2012년 2대 회장 선거 당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낙점설’이 돌던 재경부 세제실장 출신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제치고 우리투자·대우증권 사장을 역임한 박종수 회장이 ‘깜짝’ 선출된 사건은 일대 변곡점이었다. 바로 직전인 2022년 12월 선거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모 증권사 사장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결선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서유석 현 회장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이런 ‘관치 무력화’의 배경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이 ‘철수설’에 시달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200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한국GM은 소형차·준중형차 개발·생산 허브로 성장해 2013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GM이 2014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이 지역에 차를 공급해 온 한국GM 생산 물량이 급감했다. “2016년까지 한국 생산량 20% 축소”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당시 보도가 나오자 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철수설은 2017년에 또다시 불거졌다. 직전 3년간 총 2조원 규모 순손실을 낸 데다 그해가 GM이 약속한 “15년간 경영 유지”의 마지막 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GM은 호주 러시아 등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실제 철수했다. GM은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인천 부평·창원 공장을 구조조정했다. 2018년 정부는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원을 추가로 넣었고, GM은 ‘최소 10년’간 한국 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6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철수설이 또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대미 수출 물량으로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이 기간 내수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해 초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를 팔기로 하면서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친노조 정책과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분위기다.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생산 차질을 빚거나 노사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반복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불법 파견 관련 혐의로 노조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급기야 그제 국회에서 ‘철수설을 넘어 지속가능한 한국지엠 발전방안 마련
2032년 어느 날. 2년 전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한 미래연합군사령부는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 징후를 포착했다. 북한 함정 10척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침범과 철수를 반복하다가 출동한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사격을 개시한 것. 동해에서 ‘제2의 연평해전’이 발발한 것이다. 한국군 4성 장군인 미래연합군사령관은 즉시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 3’를 발령하고 이를 한·미 국방부 장관과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양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화상으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한미군사위원회(MCM)와 미래연합사에 즉각적인 전시 작전 수행을 명령한다.7년 뒤 가상의 상황이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전이었다면 데프콘 3 발령과 동시에 한국군에서 한미연합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으로 넘어갔을 전작권을 미래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한 것이다. 북한이 공격 준비 태세를 강화할 때 내려지는 ‘데프콘 2’나 전쟁 발발이 임박한 ‘데프콘 1’ 상황에서도 당연히 미래연합군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지닌다. 전작권은 전시 작전계획 및 작전명령상 명시된 특정 임무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권한을 말한다. 미래연합군사령관은 미군 대장인 부사령관과 함께 한국군 및 주한미군, 전시 미 증원군을 미래연합사에 배속해 전시 작전을 지휘한다. 미래연합사 능력 검증 진행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가 공개되자 전작권 전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팩트시트에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우리의 작전통제권이 처음 미군에 이양된 건 6·25전쟁 때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7월 14일 “현 전쟁 상태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육해공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서신을 당시 유엔군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에게 발송했다. 서신에는 ‘지휘권’으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 한국군 진급, 부대 구성 변화 등 권한은 행사하지 않아 사실상 ‘작전통제권’이 이양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미 정상은 유엔사가 한국 방어를 위해 한반도에 주둔하는 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1961년 5·16 군사정변을 계기로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유엔사는 공산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위하는 데만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대간첩작전을 비롯해 국내 치안 질서 및 경비 업무에는 병력을 독자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며 작전통제권은 유엔사에서 한미연합사로 넘어갔다.한·미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제13차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평시작전통제권을 1993~1995년 사이에 전환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은 1996년 이후 전환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4년 12월 1일 평시작전통제권은 우리 측에 이양됐다.전작권 전환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 정부에 한반도 방위를 맡기고 한국에 배치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제고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전작권 전환 논의는 속도를 더해갔다. 한·미는 2012년 4월 17일 이
최근 서울 종묘 인근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포함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서울시 관보에 고시했다. 지난 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문체부 장관 측) 패소 판결을 했다.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은 낙후된 지역에 녹지축을 조성하고 도시 구조를 개편하는 사업”이라며 “지난 20여 년간 정체돼온 재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은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것”이라고 맞섰다. 세운상가 개발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보자. [찬성] 도심 재활성화와 녹지축 조성…"종묘 경관 해친다" 지적은 과도 서울 도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 현재 세운상가 지역은 서울의 중심부임에도 1960년대 노후 건축물들이 밀집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번 재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미래 혁신적인 공간으로 도심을 탈바꿈시키는 의미가 있다.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재창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고층 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대신 확보된 자금과 면적을 활용해 종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도쿄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주말 사상 처음으로 52,000을 돌파했다.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에 오른 지 한 달도 안 돼 15% 가까이 급등했다. ‘아베노믹스 시즌2’로 불리는 ‘사나에노믹스’에 거는 뜨거운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금융완화·재정정책을 계승하고 ‘강력한 경제 성장’ 실현을 위해 첨단 산업 육성을 천명했다. 그는 최장수 총리인 아베 옆에서 8년9개월간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아베노믹스를 체득했다. 자신이 말한 첨단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일명 ‘암반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아베는 재임 기간 90여 차례에 걸쳐 ‘규제개혁(추진)회의’를 주재했다. 한두 달에 한 번꼴이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푸념 청취’ 자리가 아니었다. 규제 개혁의 방향이 정해지면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원격 진료, 숙박 공유를 허용했고 자율주행 상용화와 데이터 활용, 로봇 배달을 위해 법과 제도를 신속히 정비했다. 한국의 1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상용화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이유다. 한국에선 ‘안 되는 일’이 일본에서는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다카이치 총리 역시 취임하자마자 후생노동상에게 ‘노동시간 규제’ 완화 방안 마련을 지시하며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사 합의 시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까지 허용한 시간외근로 제한마저 풀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14개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 개혁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인공지능(AI) 산업 분야에 한해서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산분리 등 규제의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챗GPT 개발 업체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뒤였다. 삼성, SK 등 국내 관련 기업이 반도체 공장 등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나 지배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금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과 금융자본(은행 등)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제한하는 걸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 소유하는 것을 막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은산분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금산분리 규제가 도입된 이후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 적정성을 놓고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금산분리 규제 폐지와 관련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산업 발전 막는 시대착오적 규제…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나금산분리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며, 디지털전환 시대의 금융 혁신과 산업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 우선 금융산업의 혁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 금융회사와 산업자본이 결합해 핀테크,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 대응할 수 있고 혁신적인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를 통해 금융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회사의 제조업 등 비금융 부문 진출을 막아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제한하고, 결국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
근대 일본 경제의 초석을 다진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관광산업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새 1만엔권 지폐의 주인공인 그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제국호텔 설립을 주도하고 도로 철도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 하지만 일본을 오늘날의 관광대국으로 이끈 진짜 주역은 누가 뭐래도 아베 신조 전 총리다.아베 2차 내각이 출범한 2012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835만 명에 불과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오모테나시’(정성을 다한 손님 접대) 정신 등 관광자원은 우수했지만 당시 관광객은 한국(1114만 명)보다 279만 명이나 적었다. 아베는 ‘관광이 경제 성장, 지역 발전,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는 인식에 따라 관계 장관들이 총출동하는 ‘관광 입국 추진 각료회의’와 민관 합동의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 구상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엔저라는 우호적 환경을 등에 업고 비자 완화, 항공 노선 확대, 면세제도 확충 같은 전례 없는 관광 육성책을 쏟아냈다. 지진, 호우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면 ‘관광을 통한 경제 복구’를 강조하며 피해 지역 여행비를 보조해주는 ‘훗코와리’(복구할인)제도 시행했다. 백미는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 슈퍼 마리오 복장으로 깜짝 등장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장면이다. 그는 온몸으로 관광을 외쳤다.이런 노력은 곧바로 수치로 나타났다. 방일 관광객은 2016년 2000만 명, 2018년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 기간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87만 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7월 대지진설’을 극복하고 4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관광 소비액 역시 2012년 1조엔에서
노동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의 핵심 요구 사항으로 ‘주 4.5일제 도입’을 내걸었다. 귀족 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융노조는 임금 5% 인상에 더해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한 차례 총파업을 벌였다.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주 4.5일제 도입, 최장 64세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이달 3~5일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주 4.5일제 도입 논의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질적 문제와 미래 시대의 요구가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주 4.5일제 도입 추진을 포함했다. 고용노동부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실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 로드맵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 측 의견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과 제도 도입의 현실적 부작용을 감안해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찬성] 근로자 삶의 질 직접적으로 개선…노동 집중도 높아져 생산성 향상 주 4.5일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근무시간 단축은 충분한 휴식으로 이어져 근로자의 피로도를 감소하고 직무 만족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19시간에 비해 185시간 많았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근로시간이 긴 곳은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었다.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히 노동자의 복지 향상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향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일본 총리는 히가시쿠니 나루히코다. 재임 기간이 1945년 8월 17일부터 10월 9일까지 54일에 불과했다. 일본 패전 직후 전후 수습을 위해 총리에 오른 그는 전범 처리를 놓고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와 갈등을 겪다가 조기 퇴진했다. 그다음으로는 64일간 총리를 지낸 하타 쓰토무다. 그는 1994년 4월 28일 총리에 취임했지만 일본사회당이 연립여당에서 이탈하면서 두 달여 만에 사퇴했다.전후 36명 일본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2개월 정도에 그친다. 2000년대 들어 이 기간은 더 짧아져 2년 이상 총리로 일한 아베 신조(318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1980일), 기시다 후미오(1094일) 총리를 제외한 9명 총리의 재임 기간은 평균 1년1개월에 머물렀다. 최장수 총리인 아베는 2006년 90대에 이어 2012년부터 7년9개월간 96·97·98대 총리를 내리 역임했다.일본 총리 재임 기간이 짧은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파벌 정치라는 일본 특유의 정치 시스템 영향이 크다.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아 온 정치 현실에서 자민당 내 여러 파벌이 총재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인다. 총리 지지율이 30% 아래로만 떨어져도 당내에 조기 총재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진다. ‘단명 총리’의 악순환은 국정 운영의 일관성을 해치고 장기적인 정책 비전 실현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초래한다.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 341일 만인 어제 퇴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자민당 내 책임론에 시달리다가 조기 총재 선거 조짐이 일자 직전에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차기 총리로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성 우파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이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주식 양도세 등 주식 투자 관련 세금을 올리는 내용이 개편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올리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을 팔아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의 20~25%를 부과한다. 다만 모든 투자자의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건 아니고, 매년 말 종목당 보유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에 한해서만 세금을 걷는다. 내년부터 이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대주주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증세 효과는 별로 없이 주식시장 변동성만 키울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조세 정의·형평성 차원 바람직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는 조세 정의 실현과 과세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조세 정의는 세금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과돼야 한다는 국민적 원칙이다. 이번에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현재 4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강화하고, 근로소득에만 세금을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소득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직장인은 월급에서 소득세를 떼고, 자영업자는 사업 소득세를 낸다. 하지만 주식을 거래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
2020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현행대로 가는 것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홍두사미’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사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지만 직전 당정청 회의에서 ‘대주주 과세 기준 10억원 유지’라는 결론이 이미 내려진 후였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3억원 반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며 들끓은 민심을 감안한 조치였다.5년이 지난 지금, 금액만 다를 뿐 데자뷔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1주일 만에 14만 명을 넘어섰다. 증권거래세 인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투자와 직결된 이번 세제 개편안에 1400만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4억원 시대에 이들에게 주식 투자는 최선의 재테크 수단이자 ‘민생’ 그 자체다. 이런 동학개미들에게 “이래도 증시는 안 무너진다”는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발언은 공분만 키웠다.증권거래세 인상에는 어느 정도 명분이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이유로 거래세를 낮춘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금투세를 폐지한 이상 되돌리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대주주 대상 확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연말 기준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해 양도차익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대상자는 4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난다.민주당은 이를 소수 ‘큰손들’만의 문제
‘접는 폰’의 시초는 2000년대 초반 모토로라의 ‘스타텍’과 삼성전자의 ‘애니콜’이다. 당시 폴더폰은 콤팩트한 디자인과 액정을 보호하는 실용성, 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 ‘탁’하고 닫는 특유의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더 넓은 화면에 대한 갈망으로 탄생한 요즘 폴더블폰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지만 ‘접는다’는 행위를 통해 휴대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며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했다. 고사양 카메라, 고화질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하자 폼팩터(외형) 혁신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첫 제품은 접었을 때 두께가 17.1㎜, 무게는 276g으로 묵직했다. 지금의 두 배 정도로,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벽돌’이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 갤럭시 Z폴드7의 두께는 8.9㎜, 무게는 215g에 불과하다. 작년에 나온 폴드6보다 각각 3.2㎜, 24g 줄었다. 두께 0.1㎜를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투자를 감안하면 ‘하드웨어 분야의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삼성전자는 연내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제품 개발은 끝났고 폰 이름을 짓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트리플 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취득한 게 알려지면서 제품 출시 시기가 모두의 관심이었다.앞서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9월 트라이폴드폰 ‘메이트 XT’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두께가 12.8㎜로 두껍다. 샤오미 아너 등 중국 업체에 이어 애플도 내년 폴더블폰을 내
증시 측면에서 보면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신조와 이재명 대통령은 묘하게 닮은꼴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주말자에 “이재명 랠리가 아베노믹스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아베 전 총리는 5층 집무실에 닛케이225지수 전광판을 설치할 정도로 주식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지수 상승률이 총리 재임 기간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상승률 상위 총리 20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7개월이었는데, 하락률 상위 10명의 재임 기간은 1년4개월에 불과했다. 의회 해산 시기까지 증시 상황을 살핀 그에게 증시는 정치적 승리의 바로미터였다.아베 전 총리는 2012년 말 취임하자마자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개혁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닛케이225지수는 이듬해 56.7% 급등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를 정비했고 일본은행과 공적연금(GPIF)은 일본 주식 투자를 늘렸다.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시초다.이재명 대통령 역시 증시 생리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다는 평가다. 자신을 ‘휴면 개미’라고 부를 정도로 투자 경험도 풍부하다. 첫 주식을 작전주로 시작해 비참한 종말을 지켜봤고 선물·옵션까지 투자하다가 전세보증금만 남기고 전 재산을 날린 적도 있다. 경기지사 취임 전인 2018년 3월까지만 해도 KB금융, SK이노베이션 등 13억여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왕개미’였다.증시에 대한 이런 깊은 관심은 이 대통령 취임 후 국내 증시 분위기를 확연히 바꿔놨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30% 가까이 오르며 주요 증시 중 세계 1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재노믹
이재명 정부의 장관 인선 과정에서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인물 중 한 사람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중 유일하게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임된 관료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농업을 망치는 농망법(農亡法)”이라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건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곡관리법은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의 수급과 유통, 가격 안정을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다. 1948년에 최초로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이어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농민 보호와 안정적 농정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쌀 과잉생산을 조장해 정부의 재정 부담만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오르락 내리락 쌀값에 소득 '불안정'…정부가 수급 조절해 식량안보 지켜야 현행 양곡관리법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쌀을 수매하거나 방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쌀이 과잉 생산돼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는 일정량을 수매해 가격 하락을 막는다. 반대로 쌀이 부족하면 정부는 비축한 쌀을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현재 조항에는 강제성이 없다. 정권의 성향이나 재정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은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쌀을 사들이는 기준이 되는 가격과 물량, 시기는 정부가 정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한국은 쌀값 불안정으로 인해 농민들이 안정적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풍년이면 쌀값이 폭락하고, 흉작이면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4~5월 일본 도쿄 거리를 거닐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일명 ‘리크루트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입사원들이다. 남자는 하나같이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 양복과 넥타이, 여자는 재킷에 스커트 차림이다. 삼삼오오 이동하는 이들이 일본 취업시장의 활기찬 단면을 보여준다.지난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올해 일본 대졸자 취업률은 98.1%. 1997년 조사 이후 최고치다. 이에 비해 한국 고용지표는 비참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로 전년 동기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12개월 연속 하락세다. ‘그냥 쉬었음’ 청년만 41만5000명, 2월에는 50만 명을 웃돌았다. 10여 년째 이어진 60%대 저조한 대졸 취업률이 남긴 쓰디쓴 후과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2030년부터는 취업난이 다소 풀릴 거라지만 이 역시 희망 고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한·일 채용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는 몇 가지 결정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우선 기업 사정이 너무 다르다. 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50조엔을 돌파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였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은 2021년 156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년보다 81.6% 증가한 지난해에도 142조원에 그쳤다. 실적 전망도 안 좋으니 채용은 고사하고 허리띠 졸라매기 바쁘다.신입 초봉 격차도 크다. 올해 일본 대졸 평균 초임(월)은 25만4228엔이다. 역대 최고인데도 이 정도다. ‘초임 30만엔’을 웃돈 기업이 131개로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며 반가워한다. 한국 대기업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4669만원(한국경제인협회 조사)이다. 일본의 1.5배 수준이다. 한국 대학생의 스펙이 뛰어나다고 해도 생산성을 감안하
운전자라면 누구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방심하다가 ‘아차!’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테다. 법무법인 한중의 채다은 변호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채 변호사는 지난 1월 17일 오전 4시41분께 시속 48㎞로 스쿨존을 운행하다가 단속 카메라에 걸려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도심 제한 속도인 시속 50㎞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스쿨존인 걸 깜빡했다.스쿨존은 1995년부터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지정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유치원 인근 등 1만6900여 곳이 해당한다. 스쿨존 자동차 주행 속도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이 속도에선 주행 중인 자동차와 사람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도 보행자 중 90%가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속도위반 시 과태료는 주행 속도 시속 40·50·60·70㎞대마다 6·9·12·15만원이 부과된다. 시속 80㎞를 넘으면 과태료 30만원에 벌점 30점까지 더해져 면허가 정지될 수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스쿨존 속도위반 적발 건수는 526만4042건으로 4년간 3.5배 급증했다. 과태료 부과액도 2019년 804억원에서 2023년 2894억원으로 증가했다.하지만 지난해 스쿨존 내 자동차 사고 어린이 피해자는 오히려 늘었다. 어린이 피해자는 172명으로 전년(163명)보다 5.5% 증가했다. 이른바 ‘민식이법’처럼 특정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어린이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채 변호사는 심야·새벽에도 스쿨존 운행속도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달 22일 도로교통법 12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더불어민주당이 21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 들어갔다.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아직 본선까지 47일 남았지만 현재로선 이 전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지난 2년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41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헌법 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사실상 무력해질 것이다. 몽테스키외가 그토록 강조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원리 역시 작동을 멈춘다.그런 의미에서 41개 거부 법안은 민주당 정권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다. 이들 법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김건희 특검법(4회), 채 상병 특검법(3회), 내란죄 특검법(2회), 명태균 특검법 등 10여 개 법안 중 다수가 재발의돼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 ‘내란 종식’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되풀이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하는 방송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각 2회),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민주유공자예우법안 등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어 집행될 수 있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나머지 법안 상당수가 막대한 정부 재정 투입을 요하거나 기업을 옥죄는 반시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하나에만 13조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농망(農亡) 4법’으로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2회) 등이 그대로 통과되면 연간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1997년 외환위기 때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등장한 신조어들이다. 그나마 회사가 인수합병(M&A)돼 얼마라도 위로금을 받고 나오면 다행이라고 여기던 때다. 이런 힘든 시기를 보내며 직장인 사이에는 ‘400클럽’ ‘500클럽’이란 말도 생겨났다. 월급을 400번(33년4개월), 500번(41년8개월) 받으며 ‘천수’를 누린 샐러리맨을 일컫는다.이영관 전 도레이첨단소재 회장(78)이 지난달 말 51년6개월간의 직장 생활을 마감했다고 한다. 1973년 10월 이 회사의 전신인 제일합섬에 입사해 1999년부터 26년간 대표이사와 회장을 지냈다. 1년 반 전 이미 ‘600클럽’에 가입했고 지금까지 618번 월급을 받았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회사 주인은 삼성에서 새한, 일본 도레이로 바뀌었고 회사 이름도 새한, 도레이새한, 도레이첨단소재로 변경됐다. 도레이새한 초대 사장에 오른 이듬해부터 2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끌었다. 이달부터는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기로 해 그의 월급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 회장 말고도 현역으로 ‘샐러리맨 신화’를 이어가는 경영인이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978년 8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019년 회장에 오르며 47년째 HD현대그룹에 몸담고 있다. 류열 에쓰오일 사장도 1982년부터 43년째 근무 중이다. 지난 1월 퇴임한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과 지난해 3월 물러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45년 넘게 근무하며 ‘500클럽’에 가입했다. 권 전 부회장은 퇴임 후에도 상근고문을 맡아 여전히 월급을 받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3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수렁’에 빠졌다. 수요가 광범위하게 확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 오너가 되는 걸 주저하게 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비야디(BYD)가 새 배터리 시스템 ‘슈퍼 e플랫폼 기술’을 공개했다.5분 만에 배터리를 완충해 400㎞를 달리는 것이 핵심이다.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동안 배터리 과열 위험 때문에 완충시간을 10분 내로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15분 완충에 275㎞,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CLA 전기차 세단은 10분 완충에 325㎞를 주행한다. BYD는 이번에 업계 최초로 액체 냉각 방식의 메가와트(㎿)급 충전시스템을 개발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술 공개 후 이틀간 BYD 주가는 8% 넘게 오른 반면 테슬라는 10% 가까이 급락했다.BYD는 1995년 왕촨푸가 중국 선전에 설립했다. 자체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워런 버핏이 2008년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명성을 얻기도 했다. 2022년 3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이듬해인 2023년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판매량은 413만 대로 전년 대비 43.4% 증가했다. 매출은 7664억위안(약 154조원)으로 2020년(1534억위안) 대비 5배 급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05억위안에서 473억위안으로 4.5배 늘었다.배터리·모터 등 완전한 수직계열화로 원가 부담을 크게 낮춘 결과다. 이는 공격적인 연구개발(R&D)로 가능했다. R&D 인력은 전체 임직원 90만 명의 12%인 11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R&D 투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60)과 조현덕 김앤장 변호사(57).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초반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소송을 각각 주도한 인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3년 선후배 사이다. 김앤장에서 9년 차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있던 김 부회장은 박사학위를 따고 뒤늦게 들어온 신참 조 변호사와 함께 일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굿파트너’의 차은경과 한유리를 연상케 하지만 소송전 양상은 드라마와 전혀 달랐다. 지난 6개월간 소송을 지켜본 재계 인사는 “단군 이래 가장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라고 했다. 지난주엔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 정지 소송의 첫 심문이 열렸다.초반에는 일반적인 적대적 M&A였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선공에 이은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공개매수가 상향, 최 회장 측의 유상증자 결의·철회, 장내 추가 매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세가 기울 조짐을 보이자 금기시된 수단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최 회장 측은 지난달 임시주총 하루 전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란 비장의 카드를 빼 들었다. 최 회장 측 지분율(34.35%)이 MBK·영풍 측(40.97%)에 크게 못 미친 상태였다. 최 회장 측은 공정거래법상 허점을 활용해 보유 중이던 영풍 지분 10.3%를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겼다.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 순환출자 구조(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가 만들어졌고,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25.42%)은 상법상 의결권 제한에 걸렸다. 이 과정의 위법성 여부는 법원에서 따져봐야겠지만 최 회장 측은 일단 임시주총에서 승리했다. 이사 선임 때 의결권을 몰아 행사할 수 있는 집
한빛회의 ‘올해의 무역인상 시상식’이 지난달 17일 열렸다. 한빛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하는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이다. 2008년 7월 발족해 25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개그맨 남희석 씨가 경품 추첨을 한다며 분위기를 띄워 보려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라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한국 수출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트리플 크라운’ 달성 기대로 고무돼 있었다. 사상 첫 한·일 수출 역전과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사상 최대 수출 경신이다. 하반기 하나둘 물 건너 가더니 지난달 중순에는 최대치 경신 목표까지 접어야 할 판이었다. 산업부 고위 인사조차 “영업일 기준 딱 하루치(25억달러)가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12월 넷째 주 들어 극적 반전이 펼쳐졌다. 하루 수출이 30억달러에 육박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예상 밖 선적이 이뤄졌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자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쏟아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이었다. 3·6·9·12월에 수출이 몰리는 분기 말 효과도 더해졌다. 탄핵 정국 탓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2년 전보다 2억달러 웃돌며 극적으로 사상 최대치(6838억달러)를 새로 썼다. 산업부에선 이를 하늘이 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긴다고 한다.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96.1로 네 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연말 수출을 최대한 밀어낸 만큼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도널드
“첫 번째 투자 원칙은 국장(國場)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한 대학생에게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 격언을 빗댄 표현이다. ‘국장 탈출’은 나이순이라고도 했다. 요즘 주식을 안 하는 MZ세대는 있어도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MZ는 없다고 전했다. 지난주 만난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도 “국내 주식·채권에 100억원 이상 투자하는 60대 고객이 최근 버티다 못해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국내 증시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어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해외 증시로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5일 1097억3200만달러(약 157조45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680억2300만달러)보다 61.3% 급증했다.국내 증시에 대한 실망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대비 11.1%, 코스닥지수는 27.6%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021년 6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내리막길이다. 코스닥시장은 4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올해 50번 넘게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27.7% 급등했다.국내 증시의 이런 흐름은 1990년대 초반 자산 거품 붕괴 후 20년간 조정기를 겪은 ‘잃어버린 20년, 일본 증시’를 연상하게 한다. 요즘 한국 경제 여건은 당시 일본과 너무나 흡사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 12월 29일 최고가(38,915.87)를 찍은 뒤 저점을 낮춰가며 2008년 10월 27일
포스코의 중국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 추진 소식이 지난주 국내 철강업계를 뒤흔들었다. ‘중국 내 작은 포스코’라고 불리며 20여 년간 해외 진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 제철소까지 매물로 나와서다. 작년에는 1700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잘나갈 땐 연간 매출 4조원, 영업이익으로 수천억원을 벌었다. 2006년엔 기자도 현장을 취재했다. 연산 60만t의 스테인리스강 제강·열연 공장 준공을 앞둔 시점이었다. ‘리틀 박태준’이란 별명이 붙은 정길수 사장이 당시 “해외 제철소 건설 현장은 총알, 포탄만 왔다 갔다 하지 않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이번 매각 추진은 중국 철강 경기 침체 속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중국은 세계 조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까지 생산량은 7억6850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중국 내 수요가 곤두박질치며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상반기 중국 17개 상장 철강사 중 12곳이 적자를 냈다. “위기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길고 차가우며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후왕밍 바오우그룹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중국산 철강은 한국 등 아시아와 유럽으로 싼값에 팔려 갔다. 올 3분기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은 8071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제품가격 급락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8%, 82.6% 줄었다. 철근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라는 직격탄까지 더해졌다.8년 전에도 철강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나서 선제적인 구조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한국 최고의 ‘백수저’ 셰프들이 지난 한 달간 요리 계급 전쟁을 벌였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얘기다.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씨였다. 서울 경동시장 맛집 요리사 ‘이모카세 1호’, 이탈리안 셰프 ‘트리플 스타’ ‘요리하는 돌아이’ 등은 경연 내내 요리에 열정을 불태웠다. 장호준, 정지선, 최현석 등 백수저 셰프들은 나름의 철학을 담아 요리하며 진정한 고수의 품격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우승자이자 백악관 만찬 셰프였던 에드워드 리는 무한 맛대결에서 7명의 최종 경쟁자와 맞붙어 30분마다 여섯 번이나 창의적인 두부 요리를 내놓으며 실력을 입증했다.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흑백요리사는 국내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3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회를 거듭할수록 K푸드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유행한 치맥과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처럼 말이다.최근 2~3년 동안 K푸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BBQ는 미국 내 250여 개 매장을 포함해 57개국에서 7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K베이커리 대표 주자인 파리바게뜨는 11개국에 590여 개, 뚜레쥬르는 8개국에 48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농식품 수출도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농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인 73억750만달러(약 9조6320억원)로 불어났다.K푸드가 이런 인기몰이를 이어가 ‘수출
한국경제신문이 창간된 1964년은 박정희 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전란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 가발용 머리카락과 코리안밍크로 불리던 쥐털을 팔아 이룩한 개가다. 물론 1964년 수출 67억달러를 기록한 이웃 나라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라한 경제력이었다. 공업화의 여명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고, 이제 막 자리 잡던 의류와 봉제공장은 비숙련 여공의 비인간적 노동으로 돌아갔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일본 등의 상업차관은 넘쳐났지만 산업 원자재를 한국에 수출하거나 완제품을 저가로 본국에 가져간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수출이 늘어날수록 무역 적자도 커지는 구조였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07달러. 전체 인구의 80%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해 글만 깨치고 나면 모두 가망 없는 농업에 매달리던 시절이다.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은 거대한 창업국가 건설과 맥을 같이하는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국민도 서독 탄광과 베트남 전쟁터, 중동 건설 현장에서 함께 뛰었다. 그리고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 신격호, 조중훈, 박태준, 김우중 같은 당대 창업자들이 있었다. 울산 창원 구미 포항 여수의 거대 산업단지를 새로운 시설과 젊은 근로자로 빼곡히 채운 것이 그들이다.미지의 바닷길을 헤쳐 나가는데 항법 장치도 없고 지도도 없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떤 나라도 벤치마커가 되지 못했다. 1970년 일본의 수출은 우리나라의 23배, 1975년엔 11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돕고 지원하는 데 인색했다. 차관과 투자에는 늘 부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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