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김영란법’ 시행 1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김영란법’ 시행 1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 1년이 됐다.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인 2012년 이 법을 발의한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60)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제 첫걸음마를 뗀 것일 뿐”이라며 “관습에 도전한 법률이기 때문에 진정한 효과가 나오기까진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법은 처벌을 위한 게 아니라 상식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의한 것인데, 요즘 시행 상황을 보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 ‘김영란법’에선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이건 상한선의 의미라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그런데 대다수 사람이 이 선을 처벌의 기준처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원래 농경사회 공동체에 기반한 ‘정(情)의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었죠. 그런데 산업화가 진전되고, 이해타산적인 네트워크가 점점 넓게 형성되다 보니 사람과 사람 간 관계를 돈이나 고가 향응으로 사는 관행이 자리잡았어요. 김영란법도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고요. 불합리한 걸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부정 청탁을 거절할 ‘핑계’를 댈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정작 법 시행 과정을 보면 너무 복잡해요. 마치 이걸 안 지키면 무조건 처벌할 것처럼 생각해서 아쉽습니다. 이 법을 만든 의미는 그게 아닌데 말이죠.”

김 교수는 “법을 가장 환영하는 건 그동안 온갖 청탁에 시달렸던 일선 공무원과 교사, 촌지나 선물 부담으로 고민했던 젊은 학부모”라며 “다만 아직 교수들이나 언론계에선 이 법에 대해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난 이 법이 논란이 되면 될수록 환영한다”며 “언론에서 이 법의 부정적 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생겨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켜 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법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선 직군별로 좀 더 현실에 맞게 쉽고 단순화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유권해석이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며 “공무원과 교사, 교수, 언론인 등 김영란법과 관련된 각 직군에서 이 법을 케이스마다 어렵지 않게 적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선 관혼상제와 관련해 선물이나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매우 많죠. 이걸 일률적으로 단속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법을 만든 취지도 그런 게 아니었고요. 직무와 상관이 없을 때 주고받는 호의야 당연히 뭐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너무 넓어요. 이걸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지금은 시행착오 과정이라고 봅니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을 고치면 될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 법이 농가나 축산업계, 고급 식당 등에 불이익을 준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는 건 알지만 그 원인이 김영란법 자체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 때문에 특정 업계가 불이익을 받았다 하면 그만큼 해당 업계가 불공정한 관행에 의존해 왔다는 반증”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소비행태 개선이 우선돼야 하고, 정말 피해가 확인되는 업계라면 정부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전문은 ‘한경닷컴’ 참조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