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반복적인 미사일 발사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보다 덜 위협적으로 평가받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일각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불식시키고 미국과 국내 보수층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국가안보는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대북 경고 수위 높아져
◆처음 열린 NSC 전체회의

북한은 이날 오전 6시18분께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했다. 최고 고도는 2㎞, 비행거리는 약 200㎞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당국은 정확한 미사일 정보와 궤적 등을 분석 중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포착 직후 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기 시작해 모두 여섯 차례 상황보고를 받았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반복적이고, 습관적이지만 이를 엄중히 지켜보고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처음으로 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뿐”이라며 “국가 안보, 국민 안위와 관련해서는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우방국인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확고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할 예정”이라며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근원적인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확고히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에 비해 이날은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의 세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5월14일, 21일, 29일) 때엔 NSC 상임위만 열도록 지시했다. 취임 후 지난달 14일 처음 열린 NSC 상임위에선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요격형 지대공 유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땐 NSC 상임위를 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매주 반복되자 문 대통령은 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직접 주재했다.

◆새 정부 들어 다섯 번째 미사일 도발

북한은 올 들어 이날까지 탄도미사일 9회를 포함해 11회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5회 미사일 도발을 했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액체연료 계열의 ‘화성-12형’과 액체연료보다 빠르게 쏠 수 있는 고체연료 계열의 ‘북극성-2형’까지 탄도미사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날은 크루즈미사일로 잘 알려져 있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공개한 지대함 미사일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미사일은 발사관 네 개를 갖춘 궤도차량형 이동식발사대에 탑재돼 열병식에 등장했다.

순항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니다. 대형 로켓 추진체에 실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장거리미사일로 쓰여 다른 국가를 위협할 수 있지만 자체 소형 제트엔진을 쓰는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아 탄도미사일보다 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순항미사일은 마하 0.8∼0.9가량의 속도로 마하 10 안팎인 탄도미사일보다 느리다. 하지만 정확도가 높고 지상에서 낮게 날면서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잠수함이나 비행기를 맞히는 지대함 또는 지대공미사일로 많이 쓴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