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정책실을 부활하고 외교안보수석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하는 청와대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책실장과 외교·안보 라인을 지휘할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는 하마평만 무성할 뿐 문 대통령의 낙점이 늦어지고 있다.

15일 방한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단은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가 단장으로 있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와 16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외교 실무를 공식적으로 협의할 새 국가안보실장이 임명되지 않은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문 대통령은 1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참모 속속 진용 갖추는데…늦어지는 '정책·안보 핵심요직' 인선
안보실장 인선 왜 늦어지나

새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이 담당하던 외교·국방·통일정책 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통합했다. 안보실이 외교와 통일, 국방부에 국정원 기능까지 관장하는 막강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된 것이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정상외교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안보실장 임명이 시급하다.

여권에서는 안보실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외교부와 군 출신 인사 간 치열한 경합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안보실장 후보군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선캠프 외교정책자문단장이던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와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전 주독일 대사·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3군 사령관 출신인 백군기 전 의원,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교부와 군 출신 인사들이 경합 중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을 찾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제를 개편하면서 안보실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 대북 안보관까지 겸비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책실장 놓고도 자리다툼설

정책실장을 놓고도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로는 김동연 아주대 총장, 문재인 캠프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 총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쳐 정부 부처 장악력이 높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때 중·장기 복지정책 로드맵인 ‘비전 2030’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책실장은 정책 능력뿐만 아니라 정무 감각이 검증된 인물이 적임자”라며 “둘을 겸비한 인물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정책실장으로 정치인 출신이 ‘깜짝’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친문재인), 비문, 당 지도부 등에서는 핵심 요직을 둘러싸고 치열한 자리 다툼이 벌어지고 있고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의 최종 결심도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검증 시간 걸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외교·안보 라인이 중요하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조금 답답할지 모르나 저희로서는 굉장히 빠르게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 인선과 관련해 이같이 언급한 뒤 “각 자리에 맞는 절차와 검증이 필요한데 당선 전에는 검증시스템이 없어서 최소한의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문 대통령이 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을 이미 낙점했지만 인사 검증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임명 이틀 만에 모친의 세금 체납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의 첫 인사에 ‘상처’가 난 만큼 검증작업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며 “두 직책이 갖는 엄중함을 감안해 인선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