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항모 칼빈슨호
핵항모 칼빈슨호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가 최첨단 무기 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 첨단 전략무기(핵심 군사시설 공격용 항공모함, 핵잠수함, 스텔스폭격기 등을 지칭)를 배치하고, 중국도 최신 무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F-35 스텔스전투기
F-35 스텔스전투기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는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 참가차 오는 15일께 부산항에 들어온다. FA-18 슈퍼호넷 전투기 등 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미국이 지난 1월 주일(駐日) 미군기지에 배치한 F-35 스텔스전투기도 훈련에 참가해 실사격 훈련을 한다. 한국 공군은 대전 상공에서 평양 주석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F-15K 전투기 장착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미연합군은 역대 최대 규모 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스텔스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제2항공모함 건조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도 스텔스전투기를 비롯해 첨단 무기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은 한국군 29만여명과 해외 증원 미군 1만여명 등 약 30만명이 참가한다. 병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F-35B 스텔스전투기와 4만1000t급 강습상륙함(LHD) 본험리처드함 등은 이번에 처음 투입된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약 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F-35B 편대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나설 경우 가장 먼저 적의 방공 레이더망을 뚫고 침투한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북 미사일에 맞선 사드 배치

북한은 지난달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위협 강도를 높였다. 북극성-2는 지난해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을 지상형으로 개조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여덟 번 발사해 한 차례 성공한 사거리 3000㎞ 무수단 미사일과 달리 고체연료를 쓰는 등 탐지가 더욱 어려워졌다. 우리 군당국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군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 미사일 대응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연내 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가 자신들의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에 쓰이는 레이더인 TPY-2의 탐지범위가 장거리 모드로 전환하면 최대 2000㎞ 밖까지 넓어져 자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경쟁 격화

중국은 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월 사정거리 1만4000㎞의 핵탄두 장착 ICBM 둥펑(東風·DF)-41을 동북지방에 배치했다고 보도하며 미국이 중국 군사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최신예 ICBM 둥펑-5C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최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6의 발사 훈련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둥펑-41과 둥펑-5C는 미국 본토를, 둥펑-16은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4일 태평양 상공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3블록2A’의 발사 실험을 통해 중국을 견제했다. 이 요격미사일은 이지스함에 배치돼 북한이 동해나 서해에서 SLBM을 발사하면 요격할 수 있어 ‘바다의 사드’로 불린다.

해상 충돌 가능성도 높아져

미국과 중국 간 해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서해를 관할하는 북해함대에 처음으로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시닝(西寧)함을 취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량 7500t에 레이더와 무기체계를 크게 개량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구축함은 북해함대에 처음 배속된 이지스함이다. 중국은 올 들어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 전단을 서해에 출격시킨 뒤 남중국해 등에서 실전훈련을 했다. 첫 자체 제작 항공모함 산둥(山東)호의 모습을 공개한 중국은 이를 남중국해 부근에 배치해 미군 7함대에 맞설 전망이다.

미국은 최신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건조비용만 44억달러(약 5조1600억원)에 이르는 ‘꿈의 전투함’ 줌왈트는 배수량 1만5000t급에 스텔스 설계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으며 사정거리 109㎞인 함포와 토마호크 미사일 등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한다.

공중에선 스텔스기 경쟁

중국은 1월 ‘훙(轟·H)-6’ 폭격기 6대와 ‘윈(運·Y)-8’ 조기경보기 1대, ‘윈-9’ 정찰기 1대 등으로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데 이어 동해상까지 진출시키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반발뿐 아니라 동중국해에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은 또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2년 내 100대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의 F-35에 필적한 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31도 작년 말 선양 기지에서 시험비행을 했다.

중국은 최근엔 스텔스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전폭기 젠훙(殲轟)-7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군은 주일 미군기지에 F-35를 배치한 데 이어 젠-20에 대응, 최신예 E-2D 조기경보기를 일본에 배치했다.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 ‘X-2’를 독자개발하고 있다. F-35기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로 스텔스 성능과 선진 아비오닉스(항공기 탑재 전자기기) 등이 모두 일본의 독자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 군 전략자산

군사기지, 방위산업 시설 등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체계로 핵추진 항공모함, 핵무기 탑재 잠수함, B-52와 B-1B를 비롯한 전략폭격기 등이 있다. 미국은 본토와 미국령 괌 등에 전략자산을 배치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