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압박·사드·위안부 합의·한일군사정보협정 추진동력에 걸림돌 될수도
외교부, 코리아에이드 의혹·외교문건 유출 논란 대처로 '집중력' 분산


'비선실세' 의혹에 따른 국정의 파행은 북핵 문제 대응을 포함한 한국 외교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 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면서 박 대통령 주도로 추진해온 전방위 대북 제재와 압박 드라이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한일 군위안부 합의 이행 등에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달 9일 이뤄진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보유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고강도 제재를 성사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않는 정부의 초강경 대북 압박 드라이브는 '현 상황에서의 대화는 북한에 시간만 계속 벌어주는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강경 기조가 견인하는 측면이 컸다.

또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데다 국내적으로도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아울러 상당한 반대 여론과 일부 피해자들의 반발 속에 피해자 지원사업을 시작한 군위안부 합의 이행, 최근 협상 재개를 선언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역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외교안보 정책의 중추로 삼는 박 대통령의 기조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최순실 씨 의혹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하면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이견을 돌파해온 이들 외교 현안의 추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더불어 미국, 일본 등 쟁점 외교 현안의 상대국들도 박근혜 정권이 한국내 이견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아울러 연내 일본에서 열릴 순번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포함한 박 대통령의 정상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경우 일본 정부가 12월초에 개최하는 방안을 한국과 중국 정부에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일본에서의 3국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연내에 열리면 박 대통령의 취임후 첫 일본 방문이 성사됨으로써 한일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었다.

또 내달 8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해 백악관의 새 주인이 결정되면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의 '새 판짜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우려가 작지 않다.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새 정부가 북한 핵문제에 대해 협상 옵션부터 선제 타격 옵션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때 우리 정부가 분명한 안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만큼 한국 정권의 난맥상은 미국 새 정부 출범 후의 대미 외교와 북핵 외교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외교의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경우 최근 '비선실세' 의혹 중 하나인 미르재단 문제와 대통령 외교 관련 문서 유출 논란 등에 대응하느라 북핵 문제에 집중해야 할 역량이 분산되는 상황이다.

특히 미르재단이 관여하는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외교부 소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선정되고, 예산이 올해 50억 1천만원에서 내년 144억원으로 증편된 배경에 대해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자 외교부는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이례적으로 자정 가까운 시각에 코리아에이드 사업과 새마을 운동 사업 등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출입기자단에 통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외교안보 현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9일 "정권에 대한 국민들과 주변국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 관리'"라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우리 외교·안보·통일 정책이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는 터에 좀 더 균형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북한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도록 안보태세를 철저히 하면서도, 관리 차원에서라도 북한과의 일정한 접촉은 해 가면서 균형적이고 실리적이며, 현실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