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 국가·기업→개인·가계로…"국민이 돈 벌어야 내수도 기업도 살아"
재벌개혁·법인세 정상화…'분배·비용부담 정의' 동시 달성 추진
안보환경 안정화되어야 경제성장 지속가능 '안보·경제 동반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의 경제·안보 분야 비전이 6일 윤곽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정책캠프 격인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이 사실상의 출범식을 하는 자리에서다.

문 전 대표가 구상하는 정책비전의 핵심은 '경제교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된다.

이날 연설문은 경제정책과 관련한 대선 공약집을 방불케 했다.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국가와 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이제는 개인과 가계로 옮겨 '국민이 돈 버는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일성이다.

문 전 대표는 이를 위해 시장이 공정한 원칙과 정의를 기반으로 돌아가야 하며, 시대적 난제인 일자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이 돈 버는 성장' 경제 패러다임 확 바꿔야 = 문 전 대표가 "정권 교체를 넘어 경제 교체"를 강조한 배경에는 현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했을 지언정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졌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상황인식이다.

문 전 대표는 "변명 여지가 없는 최악의 실패로,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최악의 평가를 내렸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제시한 것은 시장에서의 공정 원칙과 정의,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다.

문 전 대표는 "부패와 특권 없이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과 기업이 성공해야 한다"며 "공정사회가 국민성장의 출발"이라고 했다.

학벌·지연·인맥이 아니라 능력 있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두 개의 기둥을 실현하기 위해 문 전 대표가 내세운 방법론은 바로 '재벌 개혁'이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공정 경제의 원천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문어발식 확장이 국민 경제를 멍들게 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 거래에 안주해 내부 혁신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감사위원회 도입과 대표소송 활성화 등 논의 중인 재벌개혁 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소신이다.

그 연장선에서 문 전 대표는 기술탈취 등 대기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약처방이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발전을 위한 '종잣돈'인 세금과 건강보험료, 공공요금 등 비용의 공정 배분도 강조했다.

법인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특혜적 비과세 감면 폐지는 물론 누진제 대폭 완화로 전기료 폭탄을 제거하고 소득 기준의 건보료 부담 원칙이라는 세부안을 내놨다.

분배 정의와 함께 비용 부담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인식인 셈이다.

공정한 시장과 더불어 문 전 대표가 천착하는 또 하나의 축은 일자리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건 키워드는 '기회'다.

문 전 대표는 누구에게나 일할 기회를 보장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고 7전 8기가 가능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0년대 초반까지 한시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 고용 비중 확대와 법정노동 시간 준수, 노사정 대타협으로 적정임금 보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례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제시했다.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되 종국적으로는 정규직 전환이란 목표도 내걸었다.

2020년이면 감소세로 돌아서는 '인구절벽'에도 문 전 대표의 시선이 가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 소비와 세수도 줄어 성장이 어렵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난임시술 지원 확대, 아동수당 도입, 다자녀 국가 책임제, 보육시설 대폭 확충 등을 들고 나왔다.

신혼부부에게 일정 기간 반값임대주택을 제공해 결혼을 활성화하고, 고령사회에 대비한 기초연금 강화와 치매 국가 책임제도 제기됐다.

지역 중심 성장으로의 대전환으로 지방도 살리고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도 줄이겠다는 것도 문 전 대표의 경제 정책 중 하나다.

◇ "경제성장은 안정적인 안보환경이 동반돼야" = 문 전 대표는 안보에 대한 자신의 소신 피력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다만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한반도 안보성장추진단 단장인 최종건 연세대 교수의 이날 발표에 그의 안보관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안보도 경제 관점에서 접근했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경제 정책만으론 안되며 국가가 안보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안보-경제 동반론'이다.

성장과 배분은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 실현 가능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국가 안전보장 정책이 구현될 때 진화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 교수는 "수많은 경제정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공허한 구호로 남았던 것은 혁신적인 안보 구상의 부재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평화는 물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위한 안보'가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안보정책이 실패했다는 문 전 대표의 인식이 깔렸다.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 안보의식만을 탓하고 제재와 압박만을 강조하며 대화의 끈을 놓아버려 출구가 막혔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소와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도발을 응징할 자주 국방력이 필요하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서울발 평화체제 논의를 구상해 한반도 평화의 한국화를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없이 동북아 공동번영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남북관계는 한국 성장에 관한 문제이고,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어렵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