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러닝메이트' 거쳐 '新朴 원내대표'…향후 행보 주목
국정과제 완수 진력, 당내 중재역할 자임…정치력 한계도 노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10개월의 임기를 마쳤다.

정책위의장 시절까지 포함하면 15개월이다.

그가 과반의석을 가진 제1당의 원내대표로 발돋움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무소속 신분인 유승민 의원이 제공했다.

대구·경북 출신인 유 의원이 지난해 2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수도권 출신인 원 의원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이다.

'3선 원내대표와 4선 정책위의장'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조합이었다.

하지만 당시 원 정책위의장은 "유 의원이 여러 면에서 나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유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친박(친박근혜)계에 의해 사실상 축출되다시피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자 원 의원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원 원내대표는 2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위의장도 함께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당시를 돌아보며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고위원들의 합의 추대로 원내대표를 승계한 원 원내대표에게는 이후 '신박(新朴·새로운 친박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청와대와의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 전임인 유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했고, 실제로 당·정·청의 소통이 한결 원활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원 원내대표는 "우린 운명공동체다.

새누리당이라는 뿌리에서 한쪽은 행정부, 다른 한쪽은 국회가 나온 거다.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에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원 원내대표도 패장의 멍에를 뒤집어 썼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공천 갈등으로 실망을 끼치고 결과적으로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받아 송구스럽고 사죄드리며 큰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계파갈등과 파벌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미래는 없고 정권 재창출 역시 불가능하다"며 후임 원내대표 선출을 당 화합의 계기로 승화하자고 당부했다.

그동안 원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 과정에 파트너인 야당 원내 지도부와 대화하고 설득하며 적지 않은 현안들을 해결했다.

특히 지난해 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스토킹'하듯 따라다녀 동의를 얻어냈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 원내대표를 찾아 일주일 동안 여기저기 전전"했다면서 "심지어 이 원내대표가 언론과 인터뷰할 때 식당에서 밥을 시켜놓고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관광진흥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정부·여당이 주력한 쟁점 법안들을 지난한 협상 끝에 처리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다만 테러방지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법안 표결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막지 못했고, 정부가 역점을 뒀던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19대 국회내 통과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는 총선 공천과 관련,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놓고 당내 계파간 갈등이 비등할 때 '제3의 길'을 주창하거나 공천관리기구 구성에서 일정 부분 중재 역할을 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계파 구조 속에서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총선 참패 이후 '진공상태'가 된 당 지도부를 이끌며 한시적으로나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려고 했으나 당내 '역풍'에 부딪혀 뜻을 접은 것이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지역구(경기도 평택갑) 5선 반열에 오른 원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하거나 국회의장단을 염두에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행보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 역할과 사명이 뭔지 궁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사람이 중책을 맡아 정신이 없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당분간 쉬면서 바둑이나 좀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마추어 바둑 5단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