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 중재 노력 본격화…법 개정안 발의 착수
與 수용하면 정의장 국회법 개정안 상정 강행 명분 확보
與 원유철·野 이종걸 각각 만나 설득…野 입장변화 주목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 개정 논란으로 여야간에 꽁꽁 얼어붙은 '겨울국회'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여야 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중재 노력의 '순수성'을 호소한 정 의장은 이날 자신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절차에 착수했으며, 여야 원내 수장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도 나섰다.

정 의장은 이날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국회법 개정의 중재 방향에 대해 거듭 설명했다.

정 의장은 서한에서 "20대 국회까지 식물국회의 족쇄를 채울 수는 없다"며 "19대 국회 내에 결자해지하기 위한 노력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 중재안의 핵심은 안건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의 본래 취지를 살리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요구가 있을 때 최장 75일 이내에 법안을 신속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신속처리 지정안건의 심시시한 75일은 현행 330일에서 약 ¼ 수준으로 단축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법안은 의원 10명 이상이 서명하면 발의가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각각 불러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오전에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권성동 의원을,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자신의 중재안을 직접 설명했다.

이처럼 정 의장이 여야 지도부를 집무실이나 식사자리에서 비공개로 면담해 중재에 나섰던 '물밑 노력'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고 정 의장측은 밝혔다.

쟁점법안과 선거구획정 문제, 여기에 국회법 개정 논란까지 정국이 난마처럼 뒤얽히자 지난 4일과 18일 새누리당 김무성·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오찬·만찬을 갖고 선거구 획정 중재에 나선 게 대표적인 예라는 것.
정 의장은 지난 19일엔 더민주 이 원내대표·이목희 정책위의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쟁점법안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 23일 여야 주말회동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의 29일 본회의 처리가 합의되는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고 정 의장측은 전했다.

그러나 아직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 중재안은 여야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미운 오리 신세'라는 점에서 정 의장의 중재 노력이 얼마만큼의 결실을 거둘지 미지수다.

표면적으로 중재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독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비판하고 있고,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만 열어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는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반영해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어 야당인 더민주의 태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중재안을 상당부분 수용할 경우 정 의장으로선 새누리당이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국회 운영위에서 부결시킨 뒤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상정해 표결을 실시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여야 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부담은 있지만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더민주의 고민이 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더민주도 국회법 개정에 대해 그동안 반대만 해오던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