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김씨일가 참석 주목"
"통일 한층 가까워져..대화 재개될 것"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으나 오히려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지적이 20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또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통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으며,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도 당분간 보류되겠지만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잭 프리처드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이날 한미경제연구소(KEI),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외교협회(CFR)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이 후계자인 김정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KEI 소장을 맡고 있는 프리처드 전 특사는 "지난해 북한이 (천안함 격침 등으로) 그런 행태를 보였지만 그로 인해 대남, 대중관계에서 많은 비용을 치렀다"면서 "도발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몇개월 내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빅터 차 CSIS 한국실장은 "(김 위원장 사망 보도가 있기 전인) 지난 금요일과 오늘을 비교하면 통일이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언제, 어떤 절차를 통해 통일이 이뤄질지는 예견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이전보다 통일이 더 어려워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장례식과 향후 중국의 역할이 북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처드 소장은 최근 마카오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장례식 참석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이 김정남을 제거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을 초청하면 단결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터 차 실장은 "장례식에 김 위원장의 세 아들과 딸 등 김씨 일가를 비롯해 누가 참석하는지는 향후 북한의 정세를 전망하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전날밤 발표한 `조의 성명'에 대해 "국무부로서는 늘 북한 주민을 언급하는 게 수월하다"고 평가한 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의문을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신중하게 관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CFR 연구원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미 정부가 조의 성명을 발표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동의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중국 역할에 대해 "중국이 과연 킹메이커(king-maker) 역할을 할 방법이나 의사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로 인한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북한판 아랍의 봄' 가능성과 관련, 프리처드 소장은 "상향식 개혁은 페이스북, 트위터, 휴대전화 등을 통한 정보의 속도에 기반한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그런 종류의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빅터 차 실장은 "모든 혁명은 각각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갑자기 주민들이 몰려나와 시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누구도 아랍의 봄을 예견하지 못했 듯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이 남겨놓은 유산은 핵 외에 아이러니하게도 `시장(market)'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북핵 6자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대화가 중단됐지만 이후 재개돼 같은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미국이 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재개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