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재개희망 우회 표시 해석

북한 언론이 특별한 계기도 없이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통일운동사에 뚜렷한 자국을 남긴 인사'라며 치켜세워 눈길을 끈다.

27일 입수한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12.5)는 `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한 노(老)기업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 전 회장의 일생과 업적을 회고했다.

신문은 "겨레 통일운동사에 경제협력으로 민족화해와 단합을 위해 뚜렷한 자국을 남긴 인사가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남조선(남한)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던 정주영 선생도 있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통일신보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북사업 추진배경에 대해 "한생을 자본 축적과 기업 확대를 위해 살았지만 인생의 저녁놀을 바라보는 시점에 허무함을 느끼게 되면서 여생을 고향이 있는 북과 경제 협력에 바치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선생은 1998년 현대아산을 설립해 민족을 위해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롯한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 사업에 기여했다"며 "애국애족의 길을 찾은 정 선생은 경협에 혼신을 바치던 중 2001년 3월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 선생의 얘기는 겨레 모두에게 통일애국에 헌신한 사람은 인생도 값 있으며 죽어서도 겨레의 추억 속에 남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준다"고 정 전 회장을 치켜세웠다.

이 기사 뿐 아니라 최근 북한 언론들은 정 전 회장을 소개하는 기사를 부쩍 자주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

통일신보는 지난달 11일 `통일애국의 길'이라는 기사에서 정 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경협을 성사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고, 북한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11월 3일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났을 때 "고인(정 전 회장)의 뜻이 어린 협력사업을 대를 이어 잘 해나가야 한다"고 격려한 내용을 전했다.

북한 언론이 이처럼 정 전 회장을 `통일애국자'로 극찬한 것은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를 바라는 북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일신보는 실제 이번 기사의 중간에 "장군님(김정일 위원장)께서는 북남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접견해주시고 북남 경제협력과 관련해 그들이 원하는 문제를 모두 풀어줬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소개해 관광 재개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은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현 회장을 만나주는 등 할 만큼 조처를 해줬는데도 남측이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자 고인이 된 정 전 회장을 끌어내 관광 재개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신보는 `관계개선의 분위기를 파괴한 장본인' 제목의 다른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은 그 무슨 `사과'니, `3대 조건'이니 하는 것을 들고나와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에 인위적 장애를 조성했다"며 "남조선 당국이 대화와 협력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