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내가 책임있으면 당국도 책임 있다"
김종창 "투자위험관리 못해…희생양 아니다"


23일 국회 정무위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황영기 사태'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랐다.

특히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한 반면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를 반박하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우리은행은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5천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의원들은 이 같은 손실이 황 전 회장 등 당시 우리은행의 무리한 외형확대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CDO.CDS 평가손실 발생 사실을 최초 인지한 것은 2007년 3월이고 종합검사를 한 것은 같은 해 5월인데 지금 와서 황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를 근거로 황 전 회장에게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손실에 대한 책임이 지적되니까 뒤늦게 증인에게 잘못을 덮어씌운 것 같다"며 의견을 물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황 전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했다.

황 전 회장의 후임자인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등도 징계를 받았다.

홍 의원은 "우리은행에서 CDO.CDS 손실이 계속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고 황 전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고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졌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도 황 전 회장에게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예금보험공사, 금융위, 금감원 중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타당하냐"며 "2006년 초부터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라고 한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교감 하에 CDO.CDS에 투자한 것이냐"고 물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은 예보가 분기마다 MOU 이행실적을 서면 위주로 부실하게 점검해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키웠다며 예보에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우리은행이 유동성과 안정성이 취약한 CDO.CDS의 상품 특성을 간과하고 투자했다"며 "상근 감사위원과 감사위원회 등 우리은행 내부 감사조직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 가운데 1조4천억원은 황 전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황 전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에 대한 금융위, 예보의 중징계는 당연하고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전 회장은 "2004~2007년에 CDO.CDS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투자를) 지시하지 않았고 우리은행 IB사업단의 CDO.CDS 투자 집행을 모르고 있었다"며 "금융당국과 협의하거나 묵인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소명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금융당국의 입장만 진실로 알려져 있다"며 "제가 책임 있는 만큼 당국도 책임 있고 제가 책임이 없는 만큼 당국도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전 회장은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소송 가능성을 내비치고 경영 판단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반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은행의 투자 손실이 커져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관련 법규 위반 내용 등을 볼 때 징계가 불가피했음을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예보의 우리은행 MOU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량한 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제재한 것"이라며 "다들 (황 전 회장이) 희생양이라고 하는데 투자를 하면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당시 IB 투자를 권장했지만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했고 파생상품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제도와 규정을 만들었는데 (우리은행이) 이를 무시했다"며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영교 기자 kms1234@yna.co.kryg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