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젊은 대학생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시골마을을 돌며 낡은 가옥을 고쳐주고,봉하마을 앞 들판에 오리와 우렁이를 풀어 인체에 무해한 쌀을 재배하고,어린시절 추억이 서린 화포천을 살리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올 여름 국 · 공립대 건축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과 함께 농촌의 노후 주택 개량에 나서기로 약속했었다.

노 전 대통령의 55년 지기인 이승보 한국농어촌공사 이사는 "작년 12월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농촌주택 개량사업을 소개했는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헤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를 했던 것처럼 나도 이 사업을 농촌사랑운동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또 공무원퇴직연금을 담보로 시골에 전원마을을 지어 공무원들이 퇴직 후 그곳에서 노후를 보내게 하는 방안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한 뒤 친환경 농업단지 조성에 정성을 쏟았다. 봉하마을 들판에 90만㎡ 규모의 친환경 농업단지를 조성한 뒤 농약 대신 우렁이와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을 적용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봉하오리쌀'은 일반 쌀보다 가마당 5만원 이상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병기 봉하마을 이장은 "노 전 대통령은 올해 '봉하오리쌀' 재배 면적을 이전보다 10배 늘릴 계획이었다"며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거라며 좋아했는데…"라며 애석해했다.

자전거 뒷자리에 손녀를 앉히고 달렸던 화포천의 생태 복원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귀향 직후 화포천 지킴이를 발족시키는 등 화포천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습지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의 어린시절 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뒤 떨어진 곳은 올해 안에 동물농장을 지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줄 또 다른 꿈터였다"고 애통해했다.

봉하마을=하인식/신경원/김일규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