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가 장례식 이후에도 봉화마을에 머물 것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거취에 대한 이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권여사의 잔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고인의 영결식과 노제, 화장식 등에 참석한 후 봉하마을로 돌아와 계속 사저에서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여사는 사저에서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권 여사가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계속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가 사저 뒤로 약 500m의 지척에 있어서 항상 아픈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는데다 연면적이 1277㎡에 이르는 대규모 건물로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봉하마을 주민들은 불행을 딪고 권여사를 중심으로 봉하마을이 앞으로 새로운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결같은 염원을 밝히고 있다.

봉화산 자락에 있는 영강사의 청호스님(59)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마을을 위해서 하고자 했던 일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한 것에 대해서 가슴이 아프다”며 “이런 점을 권여사가 보충을 해주고 찾아오는 수많은 추모객들을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것 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병기 봉하마을 이장(55)은 “특히 화포천 개발사업과 오리농법 같이 이제 막 괘도에 오르려고 하던 사업들을 그대로 두고 혼자 먼저 가버려서 주민들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며 이제 권여사가 중심이 돼 마을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대통령과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온 이재우 진영 농협 조합장은 “27만평에 달하는 친환경 농산물 단지를 만들었는데 지금 완공된 것은 육묘장 밖에 없다”며 “이같은 사업들을 완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권여사가 마을에 남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에서 10년 전에 이사왔다는 최성녀(70)씨는 “돌아가신 분 생각만 하면 아직도 눈물만 난다.

혼자 남은 권여사를 생각하면 더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권여사를 위로하고 돌아가신분의 뜻을 이어서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마을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봉하마을 옆 한림면에서 청과상회를 운영하는 손복덕(62)씨는 “전직 대통령이지만 주민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고인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서 노대통령만 의지하고 살았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전국적으로 봉하마을이 알려지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인 만큼 권여사가 남아서 고인이 못다한 일들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 신경원·하인식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