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어 논리를 깨기 위해 검찰이 만지작거리는 `패'는 뭘까.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주장을 깰 비책을 묻는 질문에 "회심의 카드는 진실과 사실 아니겠느냐"며 `포괄적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상식선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이 같은 해명을 애써 무시하면서도 한 달 이상의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할 카드를 `벽돌 쌓는 심정으로' 모아왔다.

검찰이 보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박연차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는 것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이다.

이들 혐의에 정 전 비서관이 깊숙이 관련된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우선 내놓을 수 있는 무기는 그의 진술이다.

정 전 비서관은 100만 달러는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고, 5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박 회장에게 소개해 줬지만 "노 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12억5천만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위해 조성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진술하면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이후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의) 진술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아울러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을 대질하거나 노 전 대통령 요구로 6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말한 박 회장도 대면시켜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3의 증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했으나 검찰은 당시 운전기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 3억원이 보관 중인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의 통화내역 등 검찰이 그동안 확보한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500만 달러가 전달되기 며칠 전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 씨의 노트북이 청와대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 투자계획서가 담겨 있는지 조사하는 등 정황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계속 혐의를 부인하면 검찰이 권 여사나 건호씨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있는 전직 대통령 수사에 몰두하는 검찰이 든 칼이 예리한 비수인지, 무딘 목검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