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12일 오후 주최하는 북한 후계구도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북한 전문가들은 절대권력인 '수령'을 정점으로 한 북한의 권력 속성상 집단지도체제는 어렵고 3대 세습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리기 앞서 배포한 발표문에서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개인.절대권력을 정당화해 온 주체사상과 `탈(脫)스탈린화' 경험의 부재 등으로 인해 단번에 현재의 중국과 같은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의 아들중 한명이 차기 지도자가 된다면 현재보다는 상대적으로 이완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수령 중심의 당.국가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에서 "집단지도체제는 적어도 1970년대 초반 1인지배체제가 확립된 이후에는 생소한 권력구조이고 기존의 통치이념과도 잘 맞아 떨어지지 않고 무엇보다 과거 수차례의 권력투쟁 경험때문에 이를 파벌주의 또는 종파주의의 맹아로 인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김정일 위원장은 세습과 측근중심의 집단지도체제의 혼합형 권력구조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주장하고 "세습을 통해 자식들의 안위를 보장하는 가운데 기존의 권력구조와 통치이념의 정당성을 유지함으로써 후계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측근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가미함으로써 후계자의 취약한 인격적 리더십과 일천한 정치경력을 보완하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도 "김일성-김정일 정권은 북한 현대사 60년동안 이른바 '집체적 지도체제'를 한번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체제는 북한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설사 집체적 지도체제를 시도하더라도 조기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3대 세습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아버지의 후광과 후계 수업기간 등의 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을 당시에 비해 불리한 환경과 조건 때문에 "3대 세습정권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세습체제의 성공 가능성도 낮게 봤다.

'김정운 후계자 내정'과 관련,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그 개연성이 높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손 편집인은 "김정운은 2012년 서울역 도착을 목표로 해 부산역을 막 출발한 단계로서 중간에 어느 역에서 기차가 정지할지, 운전미숙으로 탈선할지, 열차강도를 만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정성장 실장은 "정운은 그의 친형인 정철과 함께 후계자로 지명 가능성이 높은 인물중의 하나"이므로 김정운 체제가 남북관계 등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