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북핵영향 주시… '오바마 겨냥' 분석도

북한이 30일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사항들에 대한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북핵 6자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성명에 북핵협상이나 대미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6자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남북관계 악화는 북핵협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명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6자내 남북협의도 영향받나 = 북핵협상에 관여하는 한 당국자는 "남북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북핵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남북관계도 6자회담 구성원 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남북관계 악화는 6자회담 진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남북협의 양상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당국 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6자회담 틀내에서는 남측과의 양자접촉에 응하고 이달 초에는 미사용연료봉 실사단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대체로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성명에도 북한이 6자회담 내에서 우리와의 협의와 관련해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신호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오바마 겨냥' 분석도 = 일각에서는 이번 성명이 `오바마 정부 관심끌기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잘 해오던 화해협력 정책을 남한이 악화시켜 남북관계가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연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오바마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성명을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통미봉남'(미국과만 소통하고 남측은 배척) 행보의 연장 선상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북한은 남측에 대한 비난수위는 연일 높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타진하는가 하면 고위급 민간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다음 달 초에는 대북특사로 거론되고 있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 등 거물급 북한 전문가들의 평양 방문도 예정돼 있으며 다음달 말에는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북측 고위인사들의 방미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와 하루라도 빨리 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이같은 차원에서 6자회담을 2월에라도 조기에 개최하자는 희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남북관계를 의식하지 않은 채 북한과 서둘러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당국자는 "미국도 우리와의 철저한 공조하에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북핵라인이 구축되지 않은데다 대북정책 재검토에도 시간이 걸려 6자회담 재개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