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이틀째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대표가 16일(현지시간) 오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깜짝 면담'을 가졌다. 미 국방장관과 한국 야당 지도자의 만남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박 대표는 이날 오후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오전 갑자기 럼즈펠드장관으로부터 만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울포위츠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되면서 일정이 바뀐 것이라고 박 대표측은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측이 `깜짝쇼'로 준비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1시45분께 미 국방부 청사앞에 도착, 리처드 롤리스 아태담당 부차관보의 영접을 받았다. 회의실에서 박 대표를 맞이한 럼즈펠드 장관은 1974년 포드 대통령를 수행, 방한했을 때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박 대표를 만난 사실을 회고하면서 "너무 반갑다. 내가 젊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며 "어머님이돌아가신 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도 알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럼즈펠트 장관은 이어 박 대표를 집무실로 안내해 자신의 책상 유리 밑에 펼쳐놓은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등 박 대표를 예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나라가 없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인데 남북으로 체제만 달리해 살고 있는 데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동행했던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한쪽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데, 다른 한쪽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독재체제"라면서 "남한은 불빛이 환한 데 북한은 평양에만 불빛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한 뒤 박대표에게 한반도 위성사진을 선물했다. 박 대표는 럼즈펠드 장관과의 인연과 관련, 이날 저녁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그 때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직후이어서 어머니를 대신해 처음으로 외국 손님을 맞는 자리였기 때문에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더글러스 파이스 국방부 차관과 45분여간 한미동맹, 북핵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 20여분간 국방부 건물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파이스 차관은 미국측 입장을 설명하기 보다 박 대표의 견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고 전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표는 국방부 건물을 둘러보면서 지난 2001년 9.11 당시 여객기가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한 `9.11 희생자 추모실'에 들러 방명록에 "진지한 애도를 표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박 대표는 17일에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조찬간담회, 헤리티지재단 주최 오찬연설회에 이어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한 뒤 다음 방문지인 뉴욕으로떠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