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 개발을 둘러싼 기존의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은 최근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비친 북한의 발언이 `타협 의지'의 신호인지, 아니면 `대치'의 신호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4일 담화를 통해 '선(先) 북미대화'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미국이 제기하는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핵문제와 관련된 회담에는 한국과 일본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같은 북한의 발언은 북미대화만을 고집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명백히 다자회담에 동의하지 않은 채 우선 북미대화를 추진한 이후 다자간 대화의 형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김성한씨는 북한이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의 발언은 북미회담이 성과가 있으면 다른 국가들도 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는 작년 말부터 북한이 취해온 전형적인 자세"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도 이 점에는 동의한다. 이 관리는 "(북한 발언의) 기조가 부드러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요구를 반복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있다고 는 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또다른 관리는 "그들은 자신들이 북미대화만을 고집할 경우 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낙관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위기가 불거진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핵포기를 대가로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원조 지원을 얻어내려 해왔다. 그러나 지난 14일 한.미 정상이 북핵문제에 대한 `추가적 조치'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미.일 정상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언급하는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A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