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맞아 북.일 현안 해결을 위해 '깜짝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재작년 10월 평양을 찾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미사일 계획 중단조건으로 위성 대리발사를 제시했는가 하면 작년 5월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2003년 시한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의사를 표명했었다. 이런 전례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를 맞아 △일본인 납치 △과거사 청산 △핵.미사일 문제 등 양국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돼왔던 현안에 대해 '깜짝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작년 7월 러시아 방문 직전 외신회견에서 일본의 과거사 청산 입장을 비난했던 것과 달리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앞두고 `공존.공영' 등 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미사일 문제와 관련, 김 국방위원장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위성 대리발사', `시험발사 유예', `대가 지불'에 따른 미사일 계획 중단 등이 예상되지만 클린턴행정부 종반 미국측에 제시했던 `중대결단'을 또다시 내놓을 수도 있다. `중대결단'이 어떤 수준인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북측이 당시 밝힌 중대결단에는 미사일 개발.생산 중단까지 포함됐었다는 점에서 예상 외의 성과가 기대된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문제에 대해 "경수로 공사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핵 사찰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어떤 카드가 제시될지 주목된다. 미국측이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경수로 건설을 제때 건설해 줘야 하며 지연될 경우 전력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수도 있지만 북측의 경제부흥 정책에 따른 에너지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적기 건설을 위해 핵사찰 의제에 대해 양보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일 수교협상 때마다 걸림돌이 돼 왔던 `과거사 청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 7월부터 경제시스템 개선조치를 취함에 따라 외부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일본측의 경제협력 방식의 보상과 고이즈미 총리의 `사과'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일본 내에서 납치의혹이 제기되는 일본인 행불자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는 추측이 어렵다. `납치 국가'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특히 87년 KAL 858기 폭파사건과 관련된 김현희의 일본어 여교사인 `이은혜 사건'에 대해 `날조'라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자신과는 관계없는 강경파의 소행'으로 몰기에는 쉽지 않다. 북측으로서는 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은 일단 납치의혹 문제에 대해 피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북.일 적십자 회담에서 일본인 행불자 소식 조사를 추진하는 연장선 상에서 적극 풀어나갈 것으로 재차 약속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자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과 어느 정도의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