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최고위원.당무위원.상임고문.의원 연석회의는 향후 당이분열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수습의 가닥을 잡아나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 고비라는 점에서 시작전부터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이날 회의에 당초 불참할 예정이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참석해`중대발표'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한때 `노 후보 용퇴설'이 나돌기도 했다. 0...노 후보는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8.8 재보선 이후 후보 재경선 용의가있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조용히 경청했으나 일부 술렁이기도 했으며 안동선(安東善) 고문은 2층 대변인실로 올라가 기자들에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노 후보는 인사말에서 "오늘 회의에서 제 거취 문제를 포함한 당 진로에 대한주요문제를 논의하기 때문에 조용히 판단과 결정을 지켜볼 생각이었다"며 "그러나제 입장을 간략하게 정리해 말하는게 필요할 것 같아 메모 형식으로 준비해왔다"고참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문안정리를 하느라 늦게 참석하게 됐다"고 해명한 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지방선거 참패와 제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당에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의 분열을 막기위한 `후보 재경선'안을 내놓았다. 이어 등단한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유야 어떻든 국민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반성할 점 있으면 반성하고 책임질 일있으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 자신도 마음을 비우고 백지위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기사회생할 수 있다"며 기탄없는 의견 개진을 당부한뒤 "우리가 단결된 노력에 의해 국민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생각한다"고 `단결'을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연석회의는 노 후보가 다소 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30여분간 지체됐는데 참석자들 일부는 `그냥 진행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전 사회를 맡은 이낙연(李洛淵) 기조위원장이 "노 후보와 한 대표 인사말까지만 공개토록 하겠다"고 말하자 이윤수(李允洙) 의원 등 서너명이 "공개못할게 뭐있나. 공개하자"고 소리를 치기도 하는 등 이날 회의 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후보, 한 대표 인사말 이후에 이 위원장이 참석자들에게 공개 여부를묻자 `공개' 목소리에 비해 `비공개' 의견이 더 많아 공개하지 않기로 즉석에서 결정됐다. 이에앞서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이날 개인성명을 내고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이 우리당을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속죄하는 의미에서 전 당직자가 모두 사표를 내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공명선거추진위원장과 법률구조단장직을 사퇴했다. 한편 당내 쇄신파로부터 검찰 자진출두 압력을 받고 있는 김방림(金芳林) 의원은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인사를 건네자 시큰둥하게 대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0...이날 회의에는 대통령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이인제(李仁濟) 의원과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 120여명이 참석한 회의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이치호 당무위원,송석찬 의원, 함승희 의원 등 초반 발언자들이 `제3의 인물 조속 영입', `후보.지도부 총사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 극약 처방전을 쏟아내 발언기조를 장악했다. 이어 별도의 점심시간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10께까지 4시간 가량 진행된회의에는 모두 22명이 발언, 후보재신임, 지도부 인책론, 수습책, 당 진로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특히 수습책이나 당 활로 모색을 위한 쇄신안과 관련, 일부 의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흥분한 상태에서 직설적 어조로 험구를 늘어놓기도 했다. 회의에서 대통령의 개인재산 반납을 주장한 김명섭(金明燮) 의원은 `재산반납은사유재산 보호라는 헌법정신 취지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존칭도 생략한채 "지가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 이근진(李根鎭) 의원은 함승희 안동선 의원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개인성명을발표, "노 후보와 당을 함께 할 수 없다. 나를 제명해 달라"고 말하는 등 회의의 심각성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을 자제한 쇄신파 가운데 송영길(宋永吉) 의원만이 대표격으로 나서 "이번 선거결과는 억울한 점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인기를 회복하지 않는 한 (다음) 선거결과도 불 보듯 뻔한 만큼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사과를 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당은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가 회의 모두에 `재보선후 국민경선'을 재신임 방법의 하나로 제시한 것을 둘러싸고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세력간 갈등양상이 뚜렷하게 노출됐다. 김상현(金相賢) 전 의원은 노 후보 제안에 대해 "훌륭하고 혁명적인 결단으로,노 후보가 이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노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고 나머지는당무회의로 위임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친노 세력의 선봉에 섰다. 반면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노 후보가 후보가 된 것은 영남 득표력이 있다는것 때문이었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가 나오지 않았으니 노 후보는 후보직을 내놔야 한다"고 반노 입장을 대변했다. 이 때문인지 노 후보의 정무특보인 천정배(千正培) 의원과 조재환 의원은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입장차를 놓고 약간의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이인제 의원과 가까운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피를 수혈하기에 앞서 당내 정치적 자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인제 의원이나 김중권 전의원, 김근태 정동영 의원 등이 당무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비상대책위가 꾸려질 경우 이들이 중심세력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인제 의원이 혹시 또 있을 지 모를 후보경선에 참여하는가'라는 질문엔"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minch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