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제가 9일 오후 2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2개월 장정의 첫 막을 올렸다. 지난 1월7일 당무회의에서 4월 경선일정이 확정된 뒤 7명의 대선주자들이 두달여 동안 뜨겁게 벌여온 경선레이스의 첫 성패가 이곳에서 갈리게 된 것이다. 제주 경선은 미국 대선 예비선거의 첫 결전장인 뉴햄프셔에 비유될 정도로 주자들이 상징성과 기선잡기 측면에서 승리를 위해 매진해 왔기 때문에 792명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에 당 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투표 직전까지도 1-4위간 격차가 오차범위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만큼 박빙의 양상을 보여 치열한 접전이 예고됐다. ◇주자들 움직임 = 주자들은 이날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연설이 투표에 중대한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하에 오전 유세 원고 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인제, 노무현, 한화갑, 정동영, 김중권, 김근태, 유종근 후보 모두 이날 오전숙소 호텔에서 측근 참모들과 원고 초고 검토 작업을 벌였으며 틈틈이 자신에 대한지지의사를 표명한 선거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 후보들은 참모들이 작성한 원고 초고를 읽어본 뒤 선거인단에 대한 호소력이 부족하다면서, 자신의 어투 등을 감안해 직접 원고를 다시 쓰기도 했다. 노 고문측은 특히 자원봉사자들을 동원, 선거인단과 함께 투표장에 참석하도록하는 등 지지 선거인단의 투표 독려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유종근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 부인들도 이날 제주에 머물며 여성 유권자들을 상대로한 막판 표심잡기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제주 경선을 둘러싸고 각 주자들간에 혼탁선거 비방전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경선일 까지 모 후보측의 `노벨상 시계' 돌리기를 제외한 구체적인 혼탁선거 사례는 적발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아침 일찍 김영배(金令培) 선거관리위원장과 김덕규(金德圭) 집행위원장, 강운태(姜雲太) 최명헌(崔明憲) 허운나(許雲那)의원 등 선거관리위원들이 행사장인 한라체육관을 방문, 대회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선거인단 대회=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주경선에는 후보자 7명과 선거인단,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 등 3천여명이 참석해 성황을이뤘다. 특히 민주당은 추첨으로 순서를 정한 후보자연설에 앞서 `사전행사' 등을 통해정치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의 의미를 적극 부각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행사장 곳곳에는 `정권재창출'을 다짐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본행사는 식전공연으로 20여명의 무용수들이 `2002 필승 새천년민주당'이란 주제의 퍼포먼스를 마친 오후 2시부터 김경재(金景梓) 의원의 사회로 시작됐다. 김 의원이 "제주경선은 한국의 정치혁명, 선거혁명을 위한 49일간 대장정의 출발"이라며 `민주당 16대 대선후보 선출 제주도 선거인단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국민의례가 있은 뒤 김영배(金令培) 선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민경선제의성공이 정치개혁의 시작이자 마무리라는 일념으로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왔다"면서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대선후보를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음으로써 본격적인 참여민주주의 시대가 개막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광옥 대표도 격려사에서 "제주에서 시작된 정치혁명의 함성은 모든 국민에게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황제식 1인정당인 한나라당과 `황제 총재'에게 나라를 맡기지는 않겠다"면서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어 김덕규(金德圭) 선관위 집행위원장은 경과보고를 한 뒤 선거인단을 상대로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투.개표 절차를 설명했다. 추첨에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후보자 7명의 연설이 있었으나 지난 97년 신한국당 경선 때처럼 `준법경선', `경선승복' 등과 관련한 후보자 선서식은 없었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 관계자는 "각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하면서 `서약서'를미리 제출했기 때문에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각 후보자들에게 15분씩 할애된 연설이 끝나자 선관위는 각 후보의 참관인들이입회한 가운데 `투개표 프로그램'에 대한 봉인을 해제하고 선거인단 투표를 시작했다. kn0209@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현재 전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