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온 아들 안인택(66)씨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있던 어머니 모숙정(89·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는 아들과 반세기 만의 상봉을 포기했다.

몸이 불편해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만남의 장소인 코엑스에는 누울 만한 시설이 없어 결국 올림픽파크텔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

김애란(88·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북에서 큰 아들 양한상(69)씨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도 일어서지 못한 채 흐느꼈다.

누워 지낸 지 수년째인 김씨는 최근엔 2층방에서 내려오기도 힘들 정도로 병세가 깊어진 상태다.

김씨는 "중학교 3학년때 학교에 간다고 나간 게 이별의 시작이었다"며 "그 애를 만나려고 이 모진 세월을 견뎌왔는데 왜 이리 몸이 말을 안듣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북에서 내려온 동생을 만나기 직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끝내 상봉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북의 안중호(66)씨가 보고 싶어했던 동생 중휘(61·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는 최근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후보자 명단에 형 중호씨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고 기뻐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울중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가족들은 그리던 형제를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상봉을 눈앞에 두고 쓰러진 또 다른 가족의 불운에 발을 동동 굴렀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