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11일 오전 10시에 발표하는 대국민담화를 놓고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다.

지금 이 시기에 대통령이 별 내용도 없이 사과만 했다가는 오히려 국민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과 온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이 시기에
대통령이 어떻게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있을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담화를 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담화내용도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11일 발표하는 국민담화에는 IMF 관리체제에 대한 일반적인 대국민
사과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청와대 주변에서는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청와대고위관계자는 "기사제목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모종의
조치가 발표될 것임을 예고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실무진에서 올린 담화문초안에는 국민사과 이외의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무진에서 올린 초안을 김대통령이 10일 직접 대폭 손질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먼저 거론되는 내용으로는 금융실명제에 대한 입장표명이다.

김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문민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손꼽고 있지만 이미
정치권에서 대폭 손질을 하기로 약속한 마당에 더이상 버틸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 기회에 IMF와의 합의내용안에서 골격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보완,
금융실명제로 인한 불안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종합과세를 당분간 유보한다든가 부실채권 정리기금의 자금조성을 위한
무기명장기채의 발행허용 등이 거론된다.

그 다음으로는 해외에서 외화표시 국채의 발행을 위한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등도 거론된다.

외화표시 국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의
외환사정상 국회의 동의를 얻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하므로 일단
긴급명령으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한 다음 나중에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환율이 계속 급등하고 IMF 자금만으로는 외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감안할때 동원할수 있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신인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채가 과연 해외에서
소화될수 있느냐는 실무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이번 담화를 통해 이러한
방법도 제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내에서는 그동안 이번 담화에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면 금융시장은
더욱 불안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 여러차례 지적됐다.

따라서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담화에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