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부와 신한국당이 "눈높이 조절"에 나섰다.

정부와 신한국당은 15대국회 첫 정기국회가 개회된 10일 이수성 국무총리
이홍구 대표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당정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정기국회중 당정간 호흡을 일치시키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날 회의는 정부보고를 듣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당쪽이 주문사항을 강력히 요구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앞으로 당정관계의 전반적인 기조가 당우위로 급선회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당정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두가지 목소리가 나지 않도록
긴밀히 협조한다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는 가운데 무게중심이 당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당의 요구사항은 강삼재 사무총장과 서청원 원내총무의 발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강총장이 먼저 나섰다.

강총장은 "일관성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내실있는 당정협조가 요구된다"며
"당정간 협조된 정책에 대해서는 당이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아갔다.

강총장의 발언을 다르게 해석하면 당정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당이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서총무는 한발짝 더나갔다.

서총무는 "이번 정기국회중 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정치공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운을 뗀뒤 국무위원들이 소신있는 발언을 해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서총무는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국무위원들이 야당의원들의 질문강도에
따라 답변이 왔다갔다 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임시국회때 쟁점사항이
정기국회중에는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서총무는 또 "국정감사때 야당의원들의 폭로성 발언에 정부가 긴밀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대선 전초전 정국에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빌미를 줄 수 있는 소재거리를 사전차단 해야겠다는 당의 입장을 강도높게
전달했다.

이상득정책위의장은 당정이 호흡을 맞춰야 할 사안들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의장은 "정부의 "9.3경제대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후속조치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의장은 "당도 정부가 후속조치를 마련하는데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의장은 또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시 민자로 적극 유치 <>기업들의
부담금납부사항 점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충분한 설명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대표는 "OECD 가입 안기부법개정 한의대사태 등 현안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현안을 뜨뜻미지근하게 처리하면 책임의 화살은 당에 돌아와
내년 대선정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정부측에 환기시킨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대표는 이와관련, "국회도 여야간의 정치협상이나 타협보다 국민압력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야당도 중요하지만 당정은 국민설득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측의 주문사항에 대해 이총리는 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앞으로
당정협의를 보다 긴밀히 해나가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고위당정회에서 나타난 신한국당의 기류를 감안할때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당의 정치공세와 신한국당의 강경대응
분위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날 고위당정회의는 정기국회기간동안 날아올 수 있는 야당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당정간 "2인3각"의 끈을 단단히 조인 자리라고 볼수 있다.

당정간의 눈높이 조절이 가깝게는 이번 정기국회, 멀리는 내년 대선정국
까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