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가격 올리나”라고 한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국회 발언은 “기름값이 묘하다”던 이명박 당시 대통령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업계와 이야기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어떤 얘기를 어떤 식으로 할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요즘 같은 고물가 불황에 소주·맥주·막걸리 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다. 걱정도 되고 현실적으로 부담도 된다.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는지, 해당 업계에 야속함 이상의 감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만 본다면 물가와의 전쟁이라도 벌이고 싶은 공무원들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표를 의식해 수년간 억지로 누른 요금 때문에 우량 전력 공기업이 빈사지경으로 내몰리고 에너지 가격 전반이 왜곡된 상황에서도 선뜻 정상화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물류비 재료비 등의 상승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세금까지 올려놓고도 해당 업계의 가격 올리기를 공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주세 인상 폭과 출고가격의 간격이 얼마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닌 것이다. 부득이하게 주세를 올리되 과도한 가격 반영이 문제라면, 이 과정에서의 가격담합 같은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나 유통업계의 사재기 단속 정도가 상식이다. 아울러 화물연대 불법파업 때 ‘소주 대란’과 맥주 품귀가 일어나며 가격이 불안정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유통·물류 선진화를 도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무서운 말보다 이성적 대책이 먼저인 것이다.

물가가 치솟고 인플레이션 공포가 심해지면 어떤 정부라도 가격 개입의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그 과정은 통상 선의로 포장된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의 개별 상품 원가 장부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고, 가격 책정 과정까지 밝히라고 압박해서도 안 된다. 통신·금융을 향한 최근의 압박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도 가격과 수익 구조에 대한 정부 간섭이 초래할 부작용 때문이다. ‘마트에선 6000원인데, 프랜차이즈업체는 왜 2만원이냐’며 나라가 떠들썩했던 ‘치킨값 논쟁’이 정부발(發)로 재연될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