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더 일하고픈 근로자 목소리, 언제까지 외면할 텐가
“붕어빵 장사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네요….”

한숨 소리에 땅이 꺼지는 듯했다. 서울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일하는 50대 직원 박모씨는 투잡을 뛸 생각으로 한 달 전부터 붕어빵 장사를 알아보고 있다. 박씨가 뜬금없이 붕어빵 기계 임차를 고민한 계기는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당장 손에 쥐는 돈이 크게 줄 전망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계가 막막한 만큼 ‘투잡’ ‘스리잡’을 가릴 수 없는 처지다.

영세업체에 근무하는 적지 않은 근로자가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가 지속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의 의사를 묻거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없는 탓이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건 거대 야당이나 양대 노조도 이들의 처지엔 눈을 감는다.

하지만 기자가 접한 영세업체 근로자들의 고민은 당장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문제였다. “잔업을 못 하면 애들 학비는 어찌 마련하나” “90대 노모의 요양원비가 막막하다” “대출이자는 확 올랐는데 월급만 줄게 생겼다” 등등 구체적인 사정은 달랐지만, 그 급박함은 모두에게 엄중했다.

추가 근로로 생활을 이어가던 수많은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소개한 박씨도 “정말로 더는 연장근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냐”고 거듭 반문한 뒤 “딸에게 부탁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력서라도 올려놔야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각종 통계도 근로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증명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2013~2022년) 평균 주업 근로 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한 결과, 주업 근로 시간이 줄수록 부업 참가율은 증가했다. 줄어든 소득을 메꾸기 위해 부업을 늘렸다는 얘기다.

특히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업 참가율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주업 근로 시간이 2017년 35.7시간에서 올해 32.0시간으로 감소하는 동안 부업 참가율은 2017년 1.54%에서 올해 1.95%로 껑충 뛰었다.

진정한 ‘사회 약자’를 수렁에서 구할 시간은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법안 처리를 위한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법이 근로자를 벼랑으로 모는 일이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현장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