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외청을 세 개나 더? 공무원 동결 원칙부터 내놔야
우주산업 육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다. 10년 뒤 달착륙, 광복 100주년엔 화성에 태극기 꽂기 목표도 좋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로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겠다는 것도 현실적이다. 하지만 미래 개척의 명분과 목적이 좋다고 방법론까지 다 좋은 건 아니다. 우주항공청을 만든다는 대목에서의 걱정도 그래서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같은 관련 부처를 모아 위원장으로 지휘하는 판에 또 하나의 청(廳) 신설이 과연 효율적일까. 과기정통부 산하가 될 우주청은 독자적 법령 제정권도 없다. 다른 외청이 다 그렇듯이, 부(部) 지휘를 받는 집행기관일 뿐이다. 덩치 큰 외청만 하나 더 생기는 건 아닐까.

재외동포청도 그렇다. 732만 명의 해외 동포 권익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취지다. 민족의 의미가 퇴락해가는 코스모폴리탄의 지구촌 시대에 동포청 설립은 생산적일까. 개방과 교류 확대로 발전해온 나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여기서도 쟁점은 외청 신설이다. 동포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외교부와 행정안전부가 협업하며 정부 외곽 단체들을 잘 활용하면 가능한 업무다. 요컨대 동포를 챙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이민청(출입국이주관리청) 신설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대응의 이민 문호 개방이나 다문화 사회 준비는 진작 필요했다. 소관 부처가 없어 일을 못 한 것도 아니었다. 법무부와 산하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고, 교육·복지·외교부도 있다. 간판은 바뀌지만 여성가족부도 기능은 남는다.

세 개씩 생겨날 새 청은 ‘구성의 모순’ ‘구성의 오류’를 연상시킨다. 하나씩 따로 보면 다 맞는데, 전체로 보면 이상하고 잘못되기까지 하는 오류다. 우주청 신설 자체는 시비 걸 일도 못 된다. 동포청도 이것만이 아닌 게 문제다. 이런 와중에 국가보훈처는 독립 부로 승격되면서 커진다. 논란의 여가부도 사라지는 게 아니다. 여가부가 사실상 문패만 바꿔 다는 신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도 수장이 장관과 차관 사이 직급의 큰 기관이다. 통상교섭본부와 같다.

우주청 신설 발표 과정도 적이 의아스럽다. 지난달 새 정부 조직개편안 공식 발표 때는 아예 없던 기관이다. 행안부가 ‘커지는 정부’를 의식해 슬쩍 빼뒀거나, 두 달도 안 돼 청 하나를 끼워 넣듯 더 만들기로 했거나다. 어느 쪽이든 문제가 있다.

우주 개척과 관련 산업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구 감소 시대에 이민 수용과 해외동포 관리가 얼마나 절실한지, 정부는 역설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정부가 꼭 해야 할 게 있다. 외청 없이는 일을 못 할 정도라면 더욱 그렇다. 기존 공무원 재배치 계획과 공무원 총원 동결 원칙 정도는 선언해야 한다. 그간 보여준 ‘작은 정부’ 지향 의지를 생각하면 동결을 넘어 연도별 감축까지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우주산업만 해도 실행은 관련 기업과 연구원이 잘 해낼 것이다. 예산 지원도 좋지만, 지원 뒤엔 어김없이 간섭과 규제까지 따라붙는 게 한국 행정이다. 창구가 없어 예산 지원이 안 된 적도 없다.

드러내놓고 큰 정부를 지향한 문재인 정권이 공무원을 대거 늘리면서 얼마나 논란이 컸나. 공무원 증가는 규제 확대로 이어지고, 부실이 커질 공무원연금은 적자 재정의 블랙홀로 다음 세대에 큰 짐이 되고, 나아가 공공의 비대화는 민간의 창의와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과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소방 경찰 교육 복지에서 대국민 서비스 확대’라는 꽤 그럴듯한 구호에 밀려버렸다.

정권의 좌우 성격이 모호해지는 게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보수·우파의 지향 잣대는 살아 있다. 그중 하나가 ‘정부 중심이냐, 민간 중심이냐’다. 특히 경계할 점은 공공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정부가 조직 확대를 쉽게 여기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도 그대로 따라간다.

우주 정책을 펴는 데 부처 간 협업이 어렵고 칸막이 행정 때문에 이민 수용이 잘 안된다면 청 정도를 신설한들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결국 다시 법·제도 정비, 규제 혁파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공무원 재배치 정도의 노력조차 없다면 커지는 공공부문은 전부 국민계산서로 남는다. 비용을 따지는 기업이라면 이렇게 일하지 않는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난다는 파킨슨 법칙이 한국에 너무 잘 들어맞아 유감이다. 공공 혁신은 멀어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