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법, 개인의 불법, 어느 쪽 해악이 더 큰가 [허원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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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막은 일산대교 '무료 선동'
행정은 최소한의 감시라도 받지만
나쁜 정치는 응징 수단조차 없어
공무 "법 근거 확실한가"가 출발
정의 집행자라는 '심판의 오류' 경계
'법규대로,정확·충실' 왜 안되나
허원순 논설위원
행정은 최소한의 감시라도 받지만
나쁜 정치는 응징 수단조차 없어
공무 "법 근거 확실한가"가 출발
정의 집행자라는 '심판의 오류' 경계
'법규대로,정확·충실' 왜 안되나
허원순 논설위원
한강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가 법원에서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상식적이지만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사법부 신뢰가 흔들리는 와중에 제대로 된 판결로 법원이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이 교량의 통행료를 없애겠다고 한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지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시도했던 무리수가 뒤늦게 제동 걸린 것이다. 포퓰리즘 행보가 잦은 이 대표는 그렇다 치고, 지난 6월 선거에서 본인 공약으로 물려받은 김동연 경기지사도 정신 다잡아야 할 처지다. 이재명·김동연의 무료화를 비판하다 스스로도 이를 도지사 공약에 넣은 김은혜는 이 판결을 어떻게 볼지도 궁금하다.
일산대교 지분 100%를 가진 국민연금의 운영권을 ‘공익 처분’이라며 사업권을 빼앗으려 한 게 위법의 본질이다. 현상만 보면 그냥 제동 걸린 공권력 남용이다. 선거 때면 좀비 떼처럼 나도는 인기영합주의가 이런 경종에도 불구하고 과연 근절될지는 다음 걱정이다. 견제 장치조차 없는 포퓰리즘 경쟁에는 좌우도, 여야도 없다는 게 더 문제다. 모처럼 상식적 판결은 나왔지만, 대중 추수 기류나 유별난 한국적 언더도그마 현상이 법원에까지 퍼져 있다는 사실은 그것대로 계속 극복 과제다.
아직은 1심이지만 ‘일산대교 정상화 판결’로 돌아봐야 할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책임감도 없이 내지르는 퇴행의 한국 정치는 논외로 치더라도, 제법 틀을 갖춰온 행정 영역에서 왜 위법·범법이 끊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위법이 많은가,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범법이 많은가, 개인의 탈법이 위험한가, 정부 범법이 더 치명적인가도 차제에 다시 짚어봐야 한다. 행정법원에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피고인 사건이 쌓이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나.
위법 행정의 이유와 배경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실무 담당자와 중간 관리자가 복잡한 법령체제를 숙지하지 못해 비롯된 경우가 많다. 자질과 자세, 역량의 문제다. 필자가 중앙투자심사위원, 교부세감액심의위원 등으로 오래 봐온 지자체 행정은 실무자의 법과 규정에 대한 숙지도가 낮아 빚어지는 탈법 행위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늘 놀라웠다. 의도적인 경우도 둘로 나뉜다. 작심한 수뢰형 독직 사건은 아예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국가이며 정부인 우리가 하는 데 뭐가 어때서’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일산대교 건은 사회적 논쟁거리라도 됐지만, 어물쩍 지나가는 무수한 월권·독직·권한남용·직무유기 같은 공직 범죄가 대개 여기서 비롯된다. 행정쇄신, 공공개혁이 재정과 업무의 효율화 차원을 넘어 여기에 도달해야 진짜 개혁이다. 그래야 선진사회에 다가선다.
듣고 봐온 공무원 중 법치·준법 인식이 좀 각별했던 이가 있다.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다. 그는 휘하 공무원이 업무보고를 하면 늘 먼저 따지듯 묻는 게 ‘이게 어떤 법에 근거한 것인가’였다. 법규를 들이대도 ‘이 조항이 확실히 그렇게 해석되나’라며 꼬치꼬치 따져 보고자를 긴장시켰다. 이런 자세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공무원의 덕목이다.
공공의 범법과 오류는 정의와 선을 공직이 주도하고 심지어 독점한다는 착각에서 빚어지는 사례가 많다. 일산대교 무료화 소동의 근원인 국민연금 습격도 2230만 명의 가입자가 엄연히 주인으로 있는데 정치꾼과 관료들이 쉽게 기금에 손대려 한 데서 비롯됐다. “좋은 일 하겠다는데…”라는 독선과 과잉의 정의감이 늘 문제다. 위임된 공권력을 집행하는 직업 공무원은 원래 ‘공무(公務)=선·정의의 실행’이라는 단순 논리와 편협된 인식에 빠지기 쉽다. 선수에게 규정을 적용하는 심판의 고유 기능 때문에 자기를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는 것이다. ‘심판의 오류’라고 부를 만하다. 스스로 깊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공무원의 행태에 대해서는 감사도 다양하게 있고, 사정·징계도 있다. 초법과 위법, 탈법과 불법이 판치는 ‘나쁜 정치’의 영역으로 가면 그런 견제 장치조차 없다. 서해 피살 공무원에 대한 월북 몰이처럼 시민과 언론의 감시가 어려운 ‘배타적 행정’ 지대에도 그런 한계가 엄존한다. 국가와 정부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묻게 하는 이런 위법의 주역이 고위급 공무원들이라는 게 더 문제다. 탈원전도 그랬다. 이태원 참사 명단 유출 경로에도 그런 의혹이 짙다. ‘법과 규정에 있는 대로, 최대한 정확·충실·신속하게’가 그렇게 어려운가.
일산대교 지분 100%를 가진 국민연금의 운영권을 ‘공익 처분’이라며 사업권을 빼앗으려 한 게 위법의 본질이다. 현상만 보면 그냥 제동 걸린 공권력 남용이다. 선거 때면 좀비 떼처럼 나도는 인기영합주의가 이런 경종에도 불구하고 과연 근절될지는 다음 걱정이다. 견제 장치조차 없는 포퓰리즘 경쟁에는 좌우도, 여야도 없다는 게 더 문제다. 모처럼 상식적 판결은 나왔지만, 대중 추수 기류나 유별난 한국적 언더도그마 현상이 법원에까지 퍼져 있다는 사실은 그것대로 계속 극복 과제다.
아직은 1심이지만 ‘일산대교 정상화 판결’로 돌아봐야 할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책임감도 없이 내지르는 퇴행의 한국 정치는 논외로 치더라도, 제법 틀을 갖춰온 행정 영역에서 왜 위법·범법이 끊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위법이 많은가,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범법이 많은가, 개인의 탈법이 위험한가, 정부 범법이 더 치명적인가도 차제에 다시 짚어봐야 한다. 행정법원에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피고인 사건이 쌓이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나.
위법 행정의 이유와 배경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실무 담당자와 중간 관리자가 복잡한 법령체제를 숙지하지 못해 비롯된 경우가 많다. 자질과 자세, 역량의 문제다. 필자가 중앙투자심사위원, 교부세감액심의위원 등으로 오래 봐온 지자체 행정은 실무자의 법과 규정에 대한 숙지도가 낮아 빚어지는 탈법 행위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늘 놀라웠다. 의도적인 경우도 둘로 나뉜다. 작심한 수뢰형 독직 사건은 아예 말할 것도 없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국가이며 정부인 우리가 하는 데 뭐가 어때서’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일산대교 건은 사회적 논쟁거리라도 됐지만, 어물쩍 지나가는 무수한 월권·독직·권한남용·직무유기 같은 공직 범죄가 대개 여기서 비롯된다. 행정쇄신, 공공개혁이 재정과 업무의 효율화 차원을 넘어 여기에 도달해야 진짜 개혁이다. 그래야 선진사회에 다가선다.
듣고 봐온 공무원 중 법치·준법 인식이 좀 각별했던 이가 있다.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다. 그는 휘하 공무원이 업무보고를 하면 늘 먼저 따지듯 묻는 게 ‘이게 어떤 법에 근거한 것인가’였다. 법규를 들이대도 ‘이 조항이 확실히 그렇게 해석되나’라며 꼬치꼬치 따져 보고자를 긴장시켰다. 이런 자세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공무원의 덕목이다.
공공의 범법과 오류는 정의와 선을 공직이 주도하고 심지어 독점한다는 착각에서 빚어지는 사례가 많다. 일산대교 무료화 소동의 근원인 국민연금 습격도 2230만 명의 가입자가 엄연히 주인으로 있는데 정치꾼과 관료들이 쉽게 기금에 손대려 한 데서 비롯됐다. “좋은 일 하겠다는데…”라는 독선과 과잉의 정의감이 늘 문제다. 위임된 공권력을 집행하는 직업 공무원은 원래 ‘공무(公務)=선·정의의 실행’이라는 단순 논리와 편협된 인식에 빠지기 쉽다. 선수에게 규정을 적용하는 심판의 고유 기능 때문에 자기를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는 것이다. ‘심판의 오류’라고 부를 만하다. 스스로 깊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공무원의 행태에 대해서는 감사도 다양하게 있고, 사정·징계도 있다. 초법과 위법, 탈법과 불법이 판치는 ‘나쁜 정치’의 영역으로 가면 그런 견제 장치조차 없다. 서해 피살 공무원에 대한 월북 몰이처럼 시민과 언론의 감시가 어려운 ‘배타적 행정’ 지대에도 그런 한계가 엄존한다. 국가와 정부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묻게 하는 이런 위법의 주역이 고위급 공무원들이라는 게 더 문제다. 탈원전도 그랬다. 이태원 참사 명단 유출 경로에도 그런 의혹이 짙다. ‘법과 규정에 있는 대로, 최대한 정확·충실·신속하게’가 그렇게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