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도의 양다리 외교
2007년 4월 일본 동쪽 태평양 연안에서 미국·일본 함대가 인도 함대와 함께 합동해상훈련을 벌였다. 군비를 급속히 늘리면서 현대화하고 있는 중국군을 견제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같은 날 인도는 중국 칭다오(靑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도 합동군사훈련을 했고, 곧이어 러시아 해군과도 블라디보스토크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펼쳤다. 누구 편인지 정말 종잡기 힘든 인도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과거 냉전 시대에 어느 쪽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며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했던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미·일 등 서방 국가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왔다. 인도 해군이 1992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말라바르 해상훈련’에는 미국 일본 호주 등 반중(反中)연합 협력체 쿼드(Quad) 4개국이 모두 참가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했다. 이달 중순에는 인도-중국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가까운 우타라칸드주에서 미군과 연례 합동훈련도 예정돼 있다.

러시아, 중국과 협력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을 도입해 배치했다. 지난달 초에는 러시아가 주도한 다국적 군사훈련에 병력을 보냈는데, 여기엔 국경 분쟁 등으로 관계가 극도로 나쁜 중국도 함께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의 최근 카슈미르 방문에 인도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려온 인도를 견제하려는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의 인도 수출액은 하루 평균 약 4000만유로(약 555억원) 증가했다. 인구대국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줌으로써 러시아의 전비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對)러시아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 대신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한 인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