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능 선진국으로 가려면 직업계高 활성화 해야
학벌만능주의와 기술·기능 경시 속에서도 직업계고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가 힘겹게 정체성을 회복해 가고 있었으나 희망의 날개가 꺾여 추락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고졸 행복세상’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2017년 50.6%이던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5년 만에 반 토막 났으며 신입생 미달 사태와 충원율도 역대 최저다. ‘평등, 공평, 정의’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대학 진학률 증가, 일자리 미스매치, 제조업 현장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됐다. 교육 백년대계를 간과한 역대 정부의 원칙 없는 포퓰리즘 정치가 교육을 망쳐놨기 때문이다. ‘원칙 없는 정치’는 간디가 규정한 7대 사회악 중 하나다.

직업계고는 산업인력 양성의 산실로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빈곤 탈출의 동력이었다. 산업화 이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편견이 굳어졌다. 역대 정부마다 이상론을 내세운 선진 직업교육 제도를 적용했지만 망국병 학벌만능주의와 기술·기능 경시 풍조 타파에는 실패했다. 실상을 간과한 임기응변의 정책을 펼친 데다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결과다.

직업교육의 ‘기본과 원칙’을 중시해온 기능 선진국들은 학교와 기업이 함께하는 숙련기술인재 육성 로드맵을 구축하고 인재를 키워왔다.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마이스터 정신과 모노즈쿠리의 자존심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이들 기업은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의 강점을 추구하고 있다. 강점은 숙련기술인재의 재능, 기술, 지식 등의 조화에서 나오며 극한의 능력을 발휘하는 경쟁력이다. 이런 노하우는 기술인재를 제대로 대우하는 안정된 일자리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직업계고의 매력도 여기에 있다.

기능 선진국은 기술인재 육성의 ‘기본과 원칙’인 △직업교육 시스템 구축(학교) △제대로 대우하는 안정된 일자리(기업) △최고의 숙련기술자인 명장육성비전(기업+정부) 등을 하나로 하는 삼위일체 시스템 구축과 숙련기술인재 육성 로드맵을 제시해 청소년의 매력을 끌어내야 실현될 수 있다.

기대효과는 △망국병 학벌만능주의 타파로 교육 양극화를 해소 △기술·기능 경시 낙인(stigma) 풍조 일소 △교육기관의 실종된 정체성 회복 △기업과 학교의 온리원 인재 육성 강점 구축 △청년 실업과 미스매치 해소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제조업 선진국의 기반 구축 △4차 산업혁명의 프런티어 개척을 선도할 인재 육성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졸인재채용 엑스포 축사에서 “능력과 실력으로 평가받고 일할 수 있는 공정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고, 이에 필요한 제도 혁신도 병행하겠다”고 학생들과 약속했다. 약속이 지켜져 능력중심사회가 실현되길 기대한다. 경제의 뿌리인 한국의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 총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의미로 흔히 ‘9988’로 불린다.

한때 직업계고의 현장 실습 중단으로 학교는 취업난, 기업은 인력난을 겪었다. 그러나 ‘9988’은 학교, 기업, 정부가 함께한다면 온리원의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고졸행복세상을 여는 일자리의 블루오션이다. 기술인재의 기본교육은 학교에 있지만 숙련 기술인재인 명장 육성은 기업과 정부가 감당할 몫이다. 삼위일체 시스템은 이를 실현할 대안으로 충분하다. 능력 중심 사회의 표상인 기능 선진국 실현으로 고졸 행복세상이 열리길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