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2년 넘게 일한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을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도급(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도급계약에서 허용하지 않는 원청(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2만여 명의 포스코 하청 근로자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에 하청 근로자 직고용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8일 포스코 협력사 직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포스코 표준작업서와 전산관리 시스템(MES)을 통해 사실상 작업 지시를 받은 만큼 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협력업체 직원을 2년 넘게 일을 시키거나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공정에 투입하면 원청업체에 직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에도 현대위아에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원·하청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불법파견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불법파견 논란이 일자 2010년부터 10년간 비정규직인 사내 하청근로자 1만1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제빵사 5300여 명을 직고용했다. 한국GM도 협력사 직원 직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은 파견 허용 업종을 청소·경비 등 32개로 제한했다. 파견 기간도 최장 2년으로 묶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4개국은 파견 업무와 사용기간에 제한이 없다. 독일은 파견기간 제한을 없앴고, 일본은 제조업 파견을 허용했다. 우리도 박근혜 정부 때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인력난이 심한 용접·금형 등 뿌리산업, 55세 이상 중장년·고임금 전문직에 한해 파견을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진화하는 아웃소싱과 협력생산 체제 때문에 합법적 사내 하청과 불법파견을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및 고용구조 변화에 맞게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노사 갈등과 고용 경직성 심화를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