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1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어제 총사퇴했다. 민주당은 지난 ‘3·9 대선’ 패배 직후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해왔는데, 또 비대위를 가동해야 할 판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준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께 사죄드린다”고 했으나 민주당 패배는 애초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입법 폭주를 거듭하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서 연이어 심판받아 놓고도 독주를 멈추지 않았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프레임에 갇혔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상식 밖으로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현실성 없는 김포공항 이전 주장으로 논란만 일으켰다.

사죄 진정성도 의문스럽다. 반성에도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참패 백서를 내놔도 시원찮을 판에 총론적 사죄, 지도부 사퇴로 그만이다. 당내에서조차 ‘자생당사(自生黨死·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 ‘혁신 주체인지, 쇄신 대상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재명 위원장도 말이 없다. 이 위원장 책임을 놓고 벌써부터 계파 간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이려면 말뿐 아니라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장부터 약속대로 여당에 넘겨줘야 한다. 법안 처리의 핵심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려는 것은 법안 길목을 틀어쥐고 국정의 발목을 잡을 심산 아닌가. 급변하는 대내외 안보·경제 환경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폭주만 계속한다면 2년 뒤 총선에서 더 매서운 회초리를 맞을 것이다.

국민의힘도 승리에 자만하면 안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채찍질 성격이 짙다. 더욱이 유권자들이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당선시키고 이 위원장까지 국회 입성을 허락한 것은 민주당 변화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은 민주당 못지않게 국민의힘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는지도 보다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고용과 노동, 연금, 교육 개혁 등 쌓여 있는 난제들에 대해 국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도 2년 뒤 역시 심판받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민심은 냉정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격언은 여야 모두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