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입 제도까지 뒤흔든 '조민 사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인 조민 씨의 고려대 입학이 7일 취소됐다. 부산대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한 지 이틀 만이다. 조씨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 됐다. 한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가르고, 대선판까지 뒤흔든 이 사건은 2년 반 만에 이렇게 일단락됐다.

하지만 교육계는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를 막겠다며 정부가 대입제도 곳곳에 ‘땜질 처방’을 해놨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가 터진 2019년 9월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석 달 만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부모 찬스와 연줄을 차단하겠다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고 정시 비율을 확대했다. 조민발(發) 대입제도는 올해 수능을 보는 고3부터 본격 적용된다.

문제는 이 땜질 처방이 교육부가 세워놓은 장기계획과 상충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과목 선택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는 정시보다 수시에 적합한 제도다. 하지만 정치 문제로 정시 비율을 일괄적으로 높이다 보니 교육부는 스텝이 꼬였다.

피해는 올해 고3을 비롯한 학생들이 보고 있다. 이미 전국 고등학교 61%가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학생들은 당장 정시에 유리한 국·영·수로만 몰리고 있다. 공교육과 입시의 엇박자는 필연적으로 ‘사교육 광풍’을 부른다. 입시업체들은 벌써 “정시 확대에 따라 재수생이 급증할 것”이라며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모든 대학이 정시 비율을 높이면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방대학들은 미달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지적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을 포함한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만 ‘정시 비율 40% 이상’이라는 불합리한 조건을 들이밀었다. “따르지 않으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제외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 규제로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선진국 중 정부가 학생 선발권까지 쥐고 흔드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있다”고 탄식했다.

대입 정책은 수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 입시 개편은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조’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자가당착을 무마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 드는 해묵은 악습까지 재연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어떤 처방이 나올지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