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연결'이 드러낸 노조의 민낯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대리점연합과 줄다리기 끝에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건 지난 2일이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 농성장에서 “수고했다”며 부둥켜안았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뭐가 저리 좋은 거지?’

선동 안 먹히는 시대

그들이 65일간 파업하면서 얻어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2021년 6월 있었던 이른바 ‘사회적 합의’라는 것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택배비 인상분을 내놓으라’고 떼를 부렸다.

하지만 대리점주들과의 합의사항에 택배비 관련 내용은 없다. 노조원들이 쟁취했다고 할 만한 것이라고는 ‘(대리점주들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안 하도록 협조한다’는 것 정도다.

하긴 온갖 불법을 저질러 감옥 갈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죄를 면해준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법도 하다. 프로파간다 뒤에 숨겨진 인간의 비겁함이라는 게 대개 이렇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노조의 ‘택배사·대리점주=착취자, 기사=약자’라는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기사 개개인이 개인사업자인 만큼 노조라는 존재 자체의 법적 근거가 없다. 하물며 택배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진실들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1년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쪽은 되레 노조원들이다. ‘CJ대한통운을 공격하면 이번에도 떡고물 하나 떨어지겠지’라며 호기롭게 투쟁에 나섰다가 싸늘한 여론에 막혀 ‘백기투항’한 게 이번 파업의 실상이다.

여론이 뒤바뀐 데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택배사·대리점주들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린 건 유튜브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진 동영상과 메시지였다.

좀비 떼처럼 CJ대한통운 본사에 불법 난입하거나, 전국 곳곳에서 비노조 조합원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폭언을 행사하는 영상·메시지들. 이런 게 노조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 여론을 돌려세운 것이다.

물론 SNS를 통해 온 세상으로 퍼 날라진 메시지·동영상 등으로 한 인생이 송두리째 궤멸한 사례도 많다. ‘초연결 시대’가 야기한 심각한 부작용이다. 그렇더라도 정보 독점 속에 자행됐던 온갖 선전·선동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 또한 명백하다.

러시아의 전쟁주의자들은 개전 초기 침략한 국가의 대통령이 도망갔다는 거짓 정보를 유포시켜 상대방의 전의를 상실케 하려 했다. 이런 시도를 무력화한 건 다름 아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다.

'변하지 않을 가치' 세워야

지금 SNS는 야만적인 전쟁의 실체를 전 세계에 알려 주요국들이 ‘반문명과의 전선’에 속속 합류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광에게 이런 ‘눈엣가시’가 또 있겠나.

바야흐로 ‘드러내어진 세상’이다. 다른 세대도 그렇지만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체득한 2030세대들은 쏟아지는 정보를 통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다 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식의 감성팔이로 눈속임할 수 있으리라고 누군가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자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대의 리더라면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의 토대 위에 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류 평화…. 얼핏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그런 가치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