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해제 문제와 관련,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며 “계속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문부터 앞선다. 5년간 대체 뭘 하다가 정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이런 말을 하느냐는 것이다. 정 장관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한·중 경제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중국 측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16년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한한령 조치를 취했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우리의 정당한 방위권인데도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트집 잡았다. 한국을 대미 견제의 고리로 삼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수출도 막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제 와서야 ‘계속 노력하겠다’니 기가 막힌다.

중국은 미국과의 마찰 속에 아쉬울 때는 ‘한·중은 떠날 수 없는 파트너’ ‘영원한 이웃’ 운운하면서도 한한령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툭하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서해공정에 나섰고, 중국 외교부 장관은 훈계하듯 “미국에 휩쓸리지 말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두 번 찾았지만,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곧 방한할 듯 연기만 피우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상호주의를 무시한 전형적인 이중적 갈라치기 전략이다.

이런 중국 태도는 문재인 정부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니 ‘전략적 모호성’이니 하며 원칙 없이 눈치보기 외교에 급급하다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사드 3불(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배제)’을 약속하며 군사주권까지 양보했다. 대통령부터 ‘중국은 큰 봉우리’라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중국에 한국은 만만한 상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중국에 우리 패를 다 보여줬으니 얻을 건 없이 허점만 잔뜩 노출한 것 아닌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경제교류가 많은 일본 호주 대만의 중국 대처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중국이 때릴수록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당당하게 맞서, 중국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를 굳힌 중국은 앞으로 더 거친 패권적 ‘전랑(戰狼) 외교’를 펼 것이다. 그럴수록 원칙이 바로 서고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