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 서울에서도 하락세를 보이는 곳이 은평구에서 강북·도봉구로 확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가격의 추세적 하락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집값 전망을 묻는 한경 설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판이한 예상을 내놔 주목을 끈다. 전문가 121명 중 55.4%(67명)가 ‘상승’을 점친 것이다.

집값 상승 전망은 27명(22.3%)씩 답한 ‘보합’ 및 ‘하락’ 예상을 훨씬 앞질렀다. 심지어 “5~6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 전문가도 50.8%에 달했다. 설문에는 건설회사, 연구소, 학계, 금융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편향됐다고 보기 어렵다. 건설산업연구원 등 민간 주택연구기관들이 내년 집값을 소폭 상승(2~5%) 전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주택 수급에 대한 견해차가 정부와 다른 전망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에서도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70.1%(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약 14% 감소한 1만8000가구에 그친다. 작년 4만9000가구에 비하면 63%가량 적다.

그런데도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금리 상승, 매매가 안정세로 전국적 안정 흐름이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급과 관련해 올해보다 22% 증가할 예정인 내년 수도권(서울 제외) 아파트 입주물량만 근거로 든 것이다. 지방 부동산이 보합·하락세를 보여도 서울 아파트값이 강세를 유지하면 시장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나 다름없다. 3기 신도시도 사전청약이란 고육책을 쓰는 만큼 입주까지는 4~5년이 걸려 시장의 공급불안을 잠재웠다고 보기 어렵다.

땅값부터 아파트 가격까지 전국에 부동산 광풍을 몰고온 시발점이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 부족이란 사실을 정부는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말로는 ‘공급 확대’가 중요하다고 공감을 표하지만, 실행 단계에선 규제 완화라며 주저하지 않을까 민간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민간 주도 재개발을 돕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인기를 끌고, 총 21곳이 선정돼 2만5000가구의 새집이 공급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개발 단계에선 일부 집값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더라도 완공 단계에선 주변 집값을 안정시킨 전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대단위 물량을 신속히 공급하려면 빠른 재개발 지원만한 해답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