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가 대통령 선거전에서 핵심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저급하고 퇴행적인 말싸움에 황당한 공약이 넘치는 가운데 그나마 ‘정책 대결’ 흉내라도 내는 게 집값 문제다. 수년 새 폭등한 집값은 수많은 국민에 고통을 안긴 차원을 넘어 사회불안 요인으로 비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합리적 타개책이 무엇인지 보다 치열한 논쟁이 필요한 이유다.

현 정부가 엉망으로 만든 주택시장 정상화와 주거안정 확보는 한시가 시급하다. 다음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바로잡혀야 할 부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와 관련해 “너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다. 사과드린다”고 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에서였을 것이다. 본인 말대로 그 역시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인 만큼 진정한 반성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이는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과는 다른 차원의 책임이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부동산 고통’에 사과한다면서도 그가 내놓은 공약이나 다분히 선동적인 언사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토보유세 신설 공약, 종합부동산세를 더 강화하겠다는 언급, 분양가 등과 관련된 일련의 규제강화 방안이 다 그렇다. 세금과 규제 강화가 국민 고통을 덜어줄 것인가, 가중시킬 것인가.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한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 특별법’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 특별조치법’ 등 4건의 이른바 ‘기본주택법’도 논란이 분분하다. 이런 ‘공공 중심’ 공급책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택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금 폭탄과 규제 강화가 해법이 못 된다는 점은 급증한 ‘종부세 쇼크’에서도 확인된다. 주택 구입 희망자가 선호하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요즘 나타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중대형 소유자들이 재건축 때 중소형 2채를 갖는 쪽으로 선호해왔는데, 2채에 중과세가 현실화되자 이 방식을 철회하고 재건축까지 미루는 분위기다. 필요한 곳에 공급을 막으면서 단순히 건물만 임대하는 ‘공공형’이 현실성 있는 공급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보유세 공약’을 내세운 과정에서 그는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듯한 언사까지 보였다. 현 정부의 실정이 초래한 ‘부동산 고통’에 사과하고 이를 정상화하겠다면 최소한 부동산에서만큼은 ‘정치’를 배제하는 게 맞다. 이제는 부동산 교육 금융대출 등 생활형 이슈에서 국민 다수가 웬만한 정치인 관료보다 더 많이 알고, 훨씬 폭넓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