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인증제도가 10여 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는 한경 보도(10월 1일자 A1, 3면 참조)는 국내 기업환경이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역대 정권마다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며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빈말이었고, 실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인증제도를 계속 만들어낸 것이다. 관료와 인증기관 간 공생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왜곡된 인증시장을 바로잡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24개 부처에서 운영 중인 인증제도는 법정 의무인증(80개)과 법정 임의인증(106개)을 합쳐 총 186개에 이른다. 2009년 96개에 비해 거의 두 배다. 인증건수가 늘면서 수수료 수입도 급증세다.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 등 주요 4개 시험 인증기관은 최근 5년간 2조1127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 위기에도 9.3% 늘어난 4890억원을 챙겼다. 인증기관들은 이 돈으로 조직을 키우고 부동산 자산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들이 “디자인만 조금 바꿔도 다시 인증을 받으라는 것이냐”며 아우성인데, 인증기관들은 늘어난 수수료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급자 위주로 왜곡된 인증시장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낙하산 탓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증기관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퇴직 관료를 계속 채용하고, 관료들은 퇴임 후 재취업 자리를 의식해 인증을 허가해주는 것이다. 인증기관에 못 간 관료들은 인증 컨설팅업체를 차린다. 인증 규제를 무기로 중소기업들의 고혈을 빠는 ‘관료-인증기관-컨설팅업체’ 3자 간 견고한 ‘지대(地代)추구 카르텔’이 구축돼 있다.

문제는 이런 카르텔이 인증시장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전·현직 관료들이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과 관련단체로 몰려가는 것도, 규제권한이 강력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 관료들이 금융권과 재계에서 고문이나 사외이사로 폭넓게 활동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또 국회의원과 법조계 고위 인사 이름이 ‘대장동 특혜의혹’ 사건에서 거론되는 데서 볼 수 있듯, 지대추구 카르텔은 입법·사법·행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런 규제와 카르텔이 온존하는 한 규제혁신은 공염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