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까지 연일 폭락하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전방위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중국 정부의 사교육 시장에 대한 초강력 규제조치다. 중국 당국은 사교육업체들의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을 전면 금지했다. 상장기업의 증시 자금조달을 막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핵폭탄급 규제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정부 공개비판 이후 중국 정부는 민간경제 부문이 공산당에 도전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기업 텐센트에 음악 스트리밍 독점 판권을 포기하라고 명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오랜 기간 유지된 중국 공산당과 민간 부문 간의 긴장과 균형이 일거에 무너지고 정부와 공산당이 시장을 거칠게 압박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과거 일부 산업과 기업을 ‘길들이기’ 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예 특정 산업을 송두리째 없애버릴 정도로 과격해진 점이 특히 주목된다.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이 사실상 전면금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투자자 손실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그 와중에 자국기업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외국기업이 발붙일 여지가 점점 더 좁아지는 양상이다.

미·중 패권전쟁 역시 또 다른 차이나 리스크다. 미국은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의 성장동력을 와해시키려는 데 착수했다. ‘반도체 굴기’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 2020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기업의 탈(脫)중국은 이미 본격화됐다. S&P500 기업의 총수입에서 중국 비중이 2%도 안 된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이 같은 상황 변화는 매우 충격적이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사드보복’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게임이나 다른 업종에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해왔다.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점이 많이 사라진 마당에 이 같은 거친 규제는 탈중국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대중(對中) 투자가 2013년 72억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 43억달러까지 줄어든 것도 이런 사정을 보여준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수출의 24%,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접근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