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제시한 내년 최저임금 시급 1만800원(월 209시간 근로 시 225만7200원)은 올해(8720원)보다 무려 23.9% 높은 수준이다. 이미 3년 전부터 ‘1만원 이상’을 요구해온 노동계이지만, 코로나 위기 와중에 어떻게 이런 대폭 인상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이고, 작년 민주노총안(1만770원)보다 낮추기 어려운 내부사정을 감안해도 과도하다.

노동계는 근거로 최근 2년간 인상률(작년 2.9%, 올해 1.5%)이 낮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18년(16.4%)과 2019년(10.9%) 두 자릿수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으로 보는 게 맞다. 현 정부 4년간 인상률이 34.8%에 이르고, 주휴수당까지 합하면 이미 1만원을 넘겼다. 또 코로나 위기로 저임 근로자의 삶이 파탄난다고 하지만,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또한 폐업 공포 속에 놓여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정규직 근로자 중위(中位)임금과 비교한 한국 최저임금은 이미 OECD 최고 수준(6위)이다. 2019년 기준 62.6%로,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을 모두 제쳤다. 이러니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버티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이고, 해마다 80만 명이 사업을 포기한다. 지난 5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6만7000명 감소한 반면, ‘나홀로 자영업자’는 5만3000명 늘었다. 사람을 써도 주휴수당이 안 나가는 ‘주 15시간 미만 알바’로 쪼개 고용하는 판국이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30만4000개 일자리가 더 감소할 것”(한국경제연구원)이란 비관적 전망이 근거 없는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빈곤층은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나머지 70%를 차지하는 소득 중상위계층 2·3차 근로자(예를 들어 자녀)들의 알바 시급만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정작 가계를 책임져야 할 근로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가계소득은 더 쪼그라든다. 그러니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최상위 ‘대기업 귀족 노조원’들의 임금이 동시에 인상되는 효과만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진정 노동약자를 위한 것인지 노동계는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