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내일 ‘국내주식 보유비중’ 확대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2%포인트인 국내주식 보유비중의 ‘자산조정 허용범위’를 ±3.5%포인트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이 안이 의결되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최대 보유비중은 전체 자산의 18.8%에서 20.3%(16.8+3.5%)로 크게 높아진다.

국민연금은 ‘보안’을 이유로 ‘허용범위 확대’ 배경에 대해 함구 중이지만 그간 전개과정을 보면 유추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증시 정체의 주범’이라는 증시 일각의 주장과 압력에 굴복해 ‘매도 중단’을 선언한 모양새다. 올 들어 15조원어치를 팔아치워 “코스피를 박스권에 가뒀다”는 일부 ‘동학개미’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 맞장구 친 격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강력히 요구했다’는 무성한 뒷말도 흘러나온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꽤나 갑작스레 결정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더한다. 엄정한 분석과 절차를 통해 2023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5%로 줄이고, 해외주식은 30%까지 늘리는 내용의 ‘5개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발표한 게 2018년이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글로벌 자산배분으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국내주식 비중을 2040년까지 지속 축소해 나가기로 한 중장기 계획과도 명백히 상충된다.

‘국내주식 비중 15%도 높다’며 이른 시일 내에 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국민연금이 ‘예정된 고갈’로 달려가고 있어 비중 축소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10~20년 안에 막대한 매물이 증시를 덮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금도 ‘연못 속 고래’라는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데 대중 영합은 금물이다. 포퓰리즘으로 빠진다면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시 변동성과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주가를 단기적으로 떠받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철칙을 고려할 때 더 큰 부메랑을 자초하는 길이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정부가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번 결정이 상장사에 대한 시시콜콜 간섭을 넘어 ‘연금사회주의’로 달려가는 국민연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65년생의 연금 수령액이 2000년생보다 3.37배나 많다는 분석까지 나온 판국에 후대에 피해가 돌아가는 조삼모사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