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따라 휴업 속출하는데
직원 뽑아 공연하면 돈 준다니

오현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ohw@hankyung.com
[취재수첩] 적자 공연계에 일자리 늘리라는 문체부

“언제는 공연장 문을 닫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공연을 하라고 지원금을 준답니까? 참.”

10년 넘게 연극계를 지켜온 연극단체 대표의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7일 올해 추가경정 예산안에 ‘공연예술 인력지원 사업’을 위해 336억원을 편성한 데 따른 반응이다. 공연예술 인력지원 사업은 공연예술 종사자 1인당 매달 180만원씩 5개월 동안 정부가 지원해주는 일자리 정책이다. 지난해 7월 문체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대응책 중 하나다. 작년에 2500명에게 288억원을 나눠주던 지원 대상을 이번에는 3500명까지 늘렸다.

돈을 준다는데 왜 볼멘소리가 나올까. 사정은 이렇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5개월 안에 직원을 새로 뽑아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불어난 적자 탓에 허리띠를 졸라맨 공연단체들엔 터무니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연을 기획해도 무대에 올릴 수 없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얘기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공연장 방역 지침을 강화했다. 객석을 한 칸(퐁당퐁당) 또는 두 칸(퐁퐁당)씩 띄어 앉도록 해 관람료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퐁퐁당일 경우 수입은 30%로 줄었다.

강력한 규제 탓에 공연계는 대부분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전체 객석의 70%는 채워야 공연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계의 적자는 3291억원, 취소된 공연은 1만6199건에 달했다. 올해 1월에만 약 1600건이 취소됐다. 일찌감치 고용지원금을 받으려고 무급휴직에 들어간 단체도 있다.

이런 까닭에 공연예술 인력지원 사업에 따른 지원을 중도포기한 단체가 속출했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1000명)로 인력지원 사업을 주관했던 한국음악협회는 올해 1월까지 15차례에 걸쳐 추가 지원자를 뽑았다. 지원금을 받았지만 공연을 열 수 없어서다. 한국무용협회도 네 차례에 걸쳐 추가 지원자를 모집해야 했다.

견디다 못한 공연계가 성명서를 내며 반발하자 정부는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가족, 연인 등 동반자와는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하지만 공연장의 소비심리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공연장은 ‘위험한 곳’이라는 불안이 소비 침체로 이어진 결과다. 지난해 7월 공연 소비 촉진을 위해 발행한 28억원어치의 할인 쿠폰 중 지난해 말까지 사용된 금액은 6%에 불과했다. 방역지침이 완화됐어도 보러 올 관객이 없으니 공연단체들로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연계 관계자는 “문체부 직원들이 공연장에 한 번이라도 와보고 정책을 짜는지 모르겠다”며 “현장 파악을 게을리한 자신들의 실책을 안전이란 명분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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