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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본질 흐리는 'LH의 조롱글'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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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해도 사법처리 어려운데
    여론 돌리려 과잉 대응하나

    최다은 지식사회부 기자 max@hankyung.com
    [취재수첩] 본질 흐리는 'LH의 조롱글' 수사 의뢰
    ‘아니꼬우면 이직하라’는 내용의 글을 익명 게시판에 올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LH가 해당 글 작성자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문제의 게시물에는 ‘(아니)꼬우면 LH로 이직하던가’, ‘(이 사태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 것’,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LH 투기 의혹 사태에 분노한 국민을 조롱하는 취지의 글로 해석돼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 글이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해서 글쓴이를 사법처리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채승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LH는 범죄자 집단’이라는 등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있으면 모를까 이 정도로는 명예훼손, 모욕 혐의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욕죄의 경우 기관에 대한 모욕은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형사 처벌은 어려워보이나 작성자를 특정해 내부 징계,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등 다른 조치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를 찾는 것 역시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는 ‘갖고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인증 이메일로 게시 권한을 주고 나면 서버로그, IP주소 등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데이터 중 어떤 것도 서버에 남기지 않는다는 게 블라인드 측 설명이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설계 때부터 익명성을 보장할 방법을 고민했고 사용자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글쓴이를 찾는 게 어렵고, 찾더라도 사법처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LH가 수사기관까지 동원해 ‘색출’에 나선 것을 두고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자 LH가 ‘과잉대응’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LH가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것은 최소 20명의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다. 3기 신도시 외에도 전국에서 공직자 투기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본질과 먼 곳에 경찰 수사력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말단 직원 한두 명 잡아 ‘국민 욕받이’로 만들기보다 투기 방지에 대한 조직 내 쇄신책을 제시하고 내부 비리를 스스로 파헤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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