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까지 선포한 정부의 공직자들이 되레 앞장서 투기를 키운 꼴이 됐으니 억장이 무너질 만하다.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던 공정과 정의는 또 한번 배신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며 일벌백계 방침을 밝힌 것도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핵심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사전에 알고 땅 투기에 악용했는지 여부다. 토지를 매입한 상당수 직원들이 보상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다. 전문 투기꾼 뺨칠 정도의 땅 매입·관리 수법을 봐도 그렇다. ‘대토 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 기준이 되는 1000㎡ 이상씩 쪼개 공동매입하거나, 보상가격이 높은 편백나무를 심는 등 알박기식 투기 행태가 드러났다.

그런데도 LH 내부에선 “LH 직원이라고 투자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최일선 공직자들의 파렴치한 인식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법 절차를 따지기 이전에 최악의 공직윤리 파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둑에게 집을 맡긴 꼴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 여부를 고위직 인선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최근만 해도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해 11월 독일대사로 가기 전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 오피스텔 두 채를 사들여 3주택자가 됐고, 재개발 지구 투기의혹 논란으로 사임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범여권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승계를 앞두고 있다. 성추행으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는 신공항 예정지인 가덕도 주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정권 핵심부부터 이러니 아랫물이 어떻게 깨끗하길 기대할 수 있겠나.

LH 직원들이 조직적, 노골적으로 투기에 나섰다면 광명시흥 외에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도 유사 사례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엄중 대응한다고 한 만큼, 광범위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부동산정책 신뢰 추락은 물론, 나라 기강까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