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일(對日) 외교전략에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정부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2017년 말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국내 법원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에 이어 정부 역시 “일본에 정부 차원의 어떤 추가적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관계개선 의지를 밝혔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부임하며 일왕을 ‘천황폐하’로 지칭, 일본 여론을 의식해 몸을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대일 기조가 급변한 데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기반으로 한 동아시아 전략을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 타개를 위해 일본의 협조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섰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기조를 ‘국익 최우선’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밀고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데는 일본 측 책임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과 여권이 이를 어느 정도 조장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흠결’ 발언에 이어 2018년에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전 정부에서 징용공 재판을 연기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이라며 구속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이순신 장군은 12척 배로 나라를 지켰다”며 반일 감정을 부추겼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정치몰이와 지지자 결집 등 ‘국내 정치용’으로 반일 감정을 이용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간에선 여권이 국내 정치여건이 불리해지면 언제 또 한·일 관계를 틀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익을 담보로 한 국내 정치용 ‘반일몰이’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 갑작스런 정부의 대일 기조 변화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만약 정부가 또다시 입장을 뒤집는다면 내부 설득은 고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추락할 것이다. 정부는 무엇이 진정 국민과 국익을 위한 외교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