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위기 한가운데서 상위 10% 귀족 노동자들의 황당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민노총은 시간당 859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770원으로 25.4%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사기로에 선 기업이 쏟아지는 데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도 유력해 이번만큼은 ‘동결’이나 ‘최소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던 기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민노총 요구가 관철되면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67%로 치솟게 된다. 평상시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가동을 코앞에 둔 지난달 말 민노총 몫의 근로자 위원들을 ‘강성’으로 전격 교체할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긴 했다. 하지만 이처럼 최소한의 양식마저 내팽개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민노총 소속 기업들에 이미 세금과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상식 밖이다. 지난 주에도 정부는 ‘7차 중대본 회의’를 열고 항공·자동차 협력사에 7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이런 코로나 지원프로그램들을 전부 합치면 총 200조원이 넘고, 이 중 97조원은 ‘진성 국가부채’인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이 조달된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GM노조와, 민노총과 연계를 강화 중인 르노삼성 노조의 행보도 실망스럽다. 한국GM은 2년 전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위기를 넘긴 기업이다. 올(1~5월) 판매실적도 28%나 급감했지만 노조는 지난 주말 기본급·수당 인상, 성과급을 요구하는 단체협약을 확정했다.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비용이 전 세계 그룹 공장 중 가장 비싼 르노삼성 역시 연봉인상, 고과제도 폐지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거대노조의 막무가내식 행보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착각한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공적자금과 세금투입을 고마워하기보다 더 많은 지원에 집착하는 행태는 분노를 넘어 좌절감을 안긴다. 고용보장과 고임금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고 약자를 저격하기 마련이다. 종국에는 나라경제마저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점을 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가경제의 곤궁함마저 협상 지렛대로 악용하는 철면피에 굴복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