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꿈이 있어야 이뤄진다"
우리나라가 라디오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59년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제대로 된 부품 하나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국산 라디오’의 탄생은 기적처럼 여겨졌다. 이후 한국 전자산업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잇달아 생산하며 수출 주력군단으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핵심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리게 됐다.

올해로 전자산업 60주년을 맞았지만, 글로벌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선진국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이종산업과의 융·복합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찮다. 국가적인 연구개발 투자 못지않게 민간 차원의 신성장 모델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 삼성의 미래기술 육성사업이다.

삼성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통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연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창조성과 도전 정신 등 ‘담대한 꿈’이다. 정부가 지원하기 어려운 연구과제들을 중심으로 오로지 ‘연구자의 창의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제 발표된 2019년 하반기 선정 과제도 이와 직결돼 있다. 뇌종양 세포를 인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새로운 면역세포(이흥규 KAIST 교수), 사람이 음악을 상상하는 동안 뇌 신호를 감지해 선율로 재구성하는 방법(정은주 한양대 교수), 신경망 컴퓨터에 적용할 새 반도체 소재(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등 연구 주제가 참신하다.

삼성의 또 다른 원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 원인을 소중한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걷도록 한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보다 잠재력을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창의적인 기술에는 ‘미래의 꿈’이 투영돼 있다. 60년 전 전자산업의 태동 이후 한국 경제가 급성장한 것도 “잘살아보자”는 절실한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 세대의 꿈은 이전 세대보다 더 커야 한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